13일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공동주최한 TV토론에서 대선후보들의 토론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토론 내내 웃음을 짓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공세에 명확한 반박은 부족했다. 문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자극하자 “하하. 그 말씀 책임지셔야 합니다” 라고 응수했고, 홍 후보가 “공공일자리 83만개는 세금 나눠먹기”라고 비판하자 웃으며 “81만개다” 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반면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구체적인 과학기술 발전 방법을 묻자 뚜렷한 대답을 내 놓지 못했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가 “저를 지지하는 국민이 적폐 세력이냐”고 따져 묻는 데 납득할 만한 반박에는 실패했다. 토론 중반까지 유지하던 미소도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공세를 당한 후반부터는 다소 여유가 사라진 모습을 보였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철수 후보는 다른 주자들의 공격이 집중됐지만 무리 없이 받아 쳤다. 사드 입장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일관성 유지하며 욕을 안 먹는 건 쉬운 일”이라고 응수했다. 특히 안 후보는 IT나 4차 산업혁명 등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풍부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가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데서 긴장한 모습이 엿보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평소의 직설화법을 그대로 구사했다.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1년만 돌리고 싶다”고 하는 등 유머도 구사했다. 반면 상대 후보를 공격한 후 이루어진 반박에 다소 머뭇거리거나, 아예 주제를 회피해 버리는 등 준비가 부족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평소 토론에 능숙하다는 평가처럼 이날 토론에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사드 문제를 두고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문재인과 입장을 선회한 안철수 후보를 집중 추궁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여야 가리지 않고 공격하면서 진보정당 후보로서의 시원한 모습을 드러냈다. 심 후보는 거침없는 말투와 태도로 홍 후보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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