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피해자 기자회견
“앞니 2개 잃고 코뼈 골절ㆍ뇌진탕”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발생한 유나이티드항공 탑승자 강제퇴거 사건의 피해자가 “베트남을 떠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의 변호사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법정 소송을 예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변호사 토머스 디미트리오에 따르면 다오는 “1975년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이 함락됐을 때 배로 베트남을 벗어났고 몹시 두려웠다. 그러나 비행기 복도에서 끌려가는 경험은 베트남을 떠날 때보다 더 몸서리칠 정도로 참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다오의 변호사들과 함께 딸 크리스탈 다오 페퍼도 참석해 부친에 대한 유나이티드항공의 대응이 “충격적이고 역겹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은 상황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도 벌어져선 안 될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다오가 강제로 비행기에서 끌려나오는 과정에 앞니 2개를 잃었고 코뼈가 부러졌으며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현재 9일 탑승객 전원에게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변호사들은 정작 항공사가 다오 측에는 연락을 취해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나이티드항공이 “여러 차례 다오 일가에 연락해 사과를 전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디미트리오 변호사는 “오랫동안 항공사들, 특히 유나이티드가 우리를 괴롭혀 왔다. 우리는 존중과 품위를 원한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계속해서 사과 및 보상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진행돼 약 7만명의 서명을 모으기도 했다. 무노즈 CEO는 처음엔 다오가 “공격적이고 운항에 지장을 줬다”고 주장했다가 비난이 커지자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돌아섰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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