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땐 자가용 유상 운송 가능’
중개 앱까지 생기며 인기 폭발
오전 5~11시ㆍ오후 5시~새벽 2시
택시 “허용시간 너무 넓어” 반발
“오늘도 1만6,000원을 벌었어요!”
매일 인천 연수구 집에서 경기 안양시 회사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3년 차 직장인 김모(29)씨는 “올해 초부터 시작한 ‘카풀(carpool)’로 버는 용돈이 쏠쏠하다”고 싱글거렸다. 카풀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는 탑승자를 선택해 아침마다 데려다 주면서 버는 돈은 월 30만원(20회 기준) 남짓. 김씨는 “한 달 기름값만 20만원 가까이 쓰는데, 조금 더 움직이는 대가로 버는 것 치곤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는 곳이 비슷한 직장 동료와 차를 나눠 타는 정도였던 카풀이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카풀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O2O(Online to Offline) 기반 앱이 생겨나면서 카풀을 ‘투잡(two-job)’ 수단으로 활용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3일 카풀 중개업체 풀러스(Poolus)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시범운행을 시작한 이후 이용건수가 50만 건을 돌파(3월 기준)했다. 업체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학생 등도 (운전자로) 등록할 수는 있지만 직장인 비율이 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물가, 장기불황으로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 탓에 자의 반 타의 반 운전기사로 나선 직장인들은 그러나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경기 고양시(거주지)에서 서울 종로구(회사)까지 약 20㎞ 거리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남편을 둔 주부 김모(33)씨는 “지난해 아이가 태어나면서 살림이 조금 빠듯해졌는데 (카풀을 통해) 단 몇 푼이라도 벌 수 있단 생각에, 직접 남편 휴대폰에 앱을 깔아줬다”고 했다. 한 번 태워다 주는 대가로 버는 돈은 약 1만2,000원이다. 김씨는 “처음엔 모르는 사람과 차를 함께 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던 남편도 졸음운전을 하지 않아 좋다더라”고 덧붙였다.
때론 택시가 감당 못하는 수요를 만족시키기도 한다. 특히 택시잡기 전쟁이 벌어지는 서울 도심의 금요일 저녁, 인기가 높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얼마 전 새벽 1시 종각역 근처에서 술자리를 끝내고 30분 가까이 택시가 잡히지 않아 고생하던 차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풀(차량)을 불렀는데 순식간에 도착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신 운전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대리운전기사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는 밤에 이용하기 딱 좋다”는 것이다. 대리기사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시보다 싸다’ ‘쿠폰까지 쓰면 거의 공짜’ 등의 추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법규(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라 영업에 제동이 걸린 우버(Uber)와 달리, 카풀 중개업체들은 현재 순항 중이다. ‘출퇴근 시 함께 타는 경우’는 유상 운송이 가능하단 예외 조항 덕분. 그러나 출퇴근시간을 오전 5시부터 11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고 있어 택시업계는 “사실상 택시 운행시간과 겹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운전자들이 카풀을 빌미로 사실상 ‘영업용’으로 차량을 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풀 중개업체들은 “운행횟수 제한을 두는 등 카풀의 본래 취지(교통체증 감소,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등)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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