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차관 체제로 국무회의 진행”
장관 사퇴시 정족수 안돼 회의 개최 불가
차관이 대신 출석해도 심의ㆍ의결권 없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1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장관들의 사표를 받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새 정부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 “차관 체제로 국무회의를 진행하겠다”며 현 정부의 수장들과 동거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은 국무회의 규정에 위배돼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부처의 판단이다.
헌법 88조에 따라 국무회의는 정부의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로, 대통령 및 국무총리와 15명 이상 30명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현 정부의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해 18개 부처(17부 1처) 장관 등 모두 20명의 국무위원으로 운영됐다. 지난달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궐위 이후에는 1명이 줄어 19명이 됐다.
대통령령 국무회의 규정 6조에는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9명 중 10명 이상이 참석해야 국무회의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즉시 장관들이 모두 사퇴할 경우, 정족수가 성립되지 않아 회의 자체를 열 수 없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장관 사고시 차관이 직무를 대행토록 한 정부조직법 7조 2항을 근거로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 정족수를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장관 직무를 대행하는 차관이 국무회의 심의ㆍ의결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국무회의를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무 부처인 행자부의 의견은 다르다. 국무회의 규정 7조 2항에 따르면 장관 부재시 차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지만 관계 의안에 대한 발언만 허용될 뿐 심의ㆍ의결권이 없어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사퇴 등으로 장관 부재시 이를 대행하는 차관이 회의에 대리 출석을 할 수 있지만 국무위원이 될 수는 없다”며 “이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 정권 마지막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국정공백을 우려해 새로운 정부와 상당기간 불편한 동거를 지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은 장관 사퇴시 장관 직무를 대행할 수 있지만,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위원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