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이중대ㆍ주적… 거친 표현 나와 분위기 냉랭해지기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일 열린 19대 대선 TV 첫 토론에서 정면 충돌했다. 안 후보가 자신의 지지층 일부를 ‘적폐세력’이라 표현한 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날 TV토론은 양강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안 후보는 이날 한국기자협회·SBS 초청으로 서울 상암동 SBS 공개홀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합동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라며 “저는 (구 여권과의) 연대 없이 끝까지 자강론을 주장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비문(재인) 연대를 분명하게 거절했음에도, 문 후보가 자신을 향해 적폐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정치적 악의가 있다는 취지다.
이에 문 후보도 “국민의당은 (비문 연대를) 함께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경선 주자들과 국민의당 일부 중진들이 구 여권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는 이어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윤상현 이런 분들이 지지발언을 했고, 아주 유명한 극우 논객도 자기들 힘으로만 안 되니 대리로 안 후보에게 (지지를) 주자고 했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안 후보의 공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그는 “문 후보 캠프 정치인 중 박근혜 정부 탄생에 공이 있는 사람이 꽤 많은데 문 후보가 손을 잡으면 전부 죄가 사해지고, 제가 지지를 받으면 저는 적폐세력이 되는 것인가”라고 톤을 높였다. 이후에도 두 후보는 차기 정부 협치 가능성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고, 배정된 토론 시간이 종료된 뒤에야 강(强)대 강 대치를 멈췄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호남 2중대’라는 날 선 발언으로 또 다른 전선을 구축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호남 1중대는 민주당이고, 2중대가 국민의당”이라며 “결국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합당하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저는 지난 해 총선 등에서 돌파력을 이미 보여드렸고, 국민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문 후보를 구 여권의 ‘주적(主敵)’이라 지칭하며 그 이유를 “친북좌파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은 이밖에 한반도 위기상황, 일자리 정책, 4차 산업 혁명 대비책 등 현안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첫 TV토론에 대한 각 당의 평가는 모두 아전인수였다. 문재인 캠프는 “준비된 후보임을 입증했다”고 주장했고 안철수 캠프는 “미래 대통령의 자질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심상정 후보 캠프는 각기 “안보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위기해결 능력을 입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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