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의 강자’ 울산 모비스가 ‘봄 잔치’에서 맥없이 짐을 쌀 위기에 놓였다.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2016~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2연패를 당한 모비스는 100% 확률을 깨야 하는 백척간두에 내몰렸다. 지난 시즌까지 치러진 19차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을 선점한 팀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모비스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으로 원주 동부를 제압하면서 2011~12시즌부터 6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 진출해 단기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비록 KGC인삼공사가 정규리그 1위 팀이기는 하지만 모비스라면 해 볼 만하다는 전문가들도 그래서 많았다.
1,2차전을 종합해 보면 승부는 외국인선수 싸움에서 갈렸다. 2차전에서 KGC의 데이비드 사이먼(29득점 12리바운드)과 키퍼 사익스(18득점 7어시스트)가 47점을 합작한 반면 모비스의 네이트 밀러(9득점 15리바운드)와 허버트 힐(10득점 11리바운드)은 19점에 그쳤다. 특히 힐은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부터 평균 11분39초를 뛰며 4.3득점, 5리바운드에 그치더니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도 10분35초 간 5득점, 5리바운드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이러다 보니 ‘단기전의 달인’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속수무책이었다. 유 감독은 이런 힐에 대해 “시즌 중에 한국에 와서 적응이 더딘 건지 모르겠다. 연습 때 보여주는 의지나 태도는 좋다. 하지만 경기만 들어가면 힘을 못 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2차전에서는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2점슛 12개를 던져 7개나 놓치는 등 저조한 야투 성공률이 여전히 발목을 잡았다. 경기 후 유 감독은 “중요할 때 안 들어간 슛이 많은 건 문제다. 팀이 흐름을 탈 때 가운데서 공격을 해줘야 한다. 힐이 찬스 때 넣어주기만 했어도 쉽게 점수차를 좁혔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밀러도 1차전에서 13점, 2차전에서 9점에 그쳤다.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통해 모비스와 KGC의 전력 차는 확연히 드러났다. KGC는 사이먼, 사익스, 오세근, 이정현 등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정상급 공격수들이 건재한 반면 모비스는 양동근, 함지훈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었다. 모비스로서는 결국 용병이 살아나지 않으면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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