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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도 화학무기 안 써” 또 엄청난 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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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도 화학무기 안 써” 또 엄청난 실언

입력
2017.04.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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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서 美 백악관 대변인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언급하며

정치적 금기인 ‘히틀러와 비교’

가스실 학살… 사실도 맞지 않아

민주당·시민단체들 “해고 하라”

11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백악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11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백악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정치 덕목 중 하나로 꼽히는 ‘아돌프 히틀러 비교 금지’ 원칙을 깼다. 시리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히틀러 같은 인물도 화학무기를 쓰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인데, 신중치 못한 발언인데다 사실과도 어긋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11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히틀러조차도 하지 않았던 화학무기 사용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CNN은 “‘누구도 히틀러와 비교하지 말라’는 정치의 첫 번째 규칙을 대변인이 까먹은 듯 하다”며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문장이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말하는 규칙은 ‘고드윈의 법칙(Godwin’s law)’으로, 논쟁이 길어지고 수세에 몰릴수록 상대를 결국 나치나 히틀러에 비교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으로 생산적 토론을 위해선 히틀러를 끄집어내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비난하지 않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는 미국 정치계의 오랜 금언이다.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취임식 인파 등을 놓고 수차례 거짓말을 해 자격 논란에 휩싸였던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번에도 사실과 다른 말을 해 역시 구설에 올랐다. 히틀러가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 가스실에서 화학물질을 써 유대인들을 대거 학살했다. 스파이서는 즉각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알고 있다. 사린 가스에 관한 한, 히틀러가 아사드가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국민에게 해당 가스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덮기엔 역부족이었다. 파장이 커지자 스파이서 대변인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CNN방송에 출연해 “극악무도한 아사드의 행동을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이었는데, 부적절했고 섬세하지 못했다. 실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실수라기 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돼 있던 반유대주의 정서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인 데보라 립스타트 에머리대 교수는 “(히틀러와) 비교를 하면 안 됐다. 이는 반유대주의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 성명에서 유대인 희생자들을 언급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이를 계기로 스파이서의 퇴출을 촉구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경시했다. 대변인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미국 유대인 단체 ‘상호존중을 위한 안네프랑크센터’도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스파이서를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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