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LG-롯데-KIA)는 운명 공동체인 걸까. 시즌 초반 나란히 순위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동맹’을 굳건히 지키는 한편 같은 고민도 안고 있다. ‘불안한 뒷문’이 이들의 아픈 손가락이다.
가장 비상이 걸린 팀은 KIA다. 11일 현재 구원 투수 평균자책점은 무려 11.96으로 10개 팀 중 압도적으로 높다. 마무리 임창용(41)의 계속된 부진이 뼈아팠다. 통산 248세이브를 쌓은 임창용은 올해도 어김없이 KIA의 소방수로 낙점 받았지만 출발부터 불안했다.
지난 1일 삼성과 시즌 첫 등판 때부터 7-4,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 세이브를 했다. 8, 9일 한화전에서도 각각 1이닝 2실점 패전, ⅔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강판 당했다. 시즌 성적은 4경기에서 1승1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 이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4.00, 피안타율은 0.500에 달할 정도로 초라한 기록이다.
이에 김기태(48) KIA 감독은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기(氣)가 안 좋을 때는 피해가는 것도 괜찮다. 이제까지 혼자 많은 짐을 짊어졌다”며 임창용을 감싼 뒤 “고정된 마무리는 없고 점수 차나 타순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이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집단 마무리에는 ‘파이어볼러’ 한승혁(24), 좌완 심동섭(26) 등이 포함됐다.
롯데도 11일 SK를 꺾고 1,460일 만의 정규시즌 1위에 올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6-2로 4점 앞선 8회말 1사 후 등판한 마무리 손승락(35)이 9회말에 SK 이홍구에게 2점 홈런을 얻어 맞는 등 1⅔이닝 4피안타(1홈런) 2실점으로 힘겹게 경기를 끝냈다.
손승락은 올 시즌 3경기에서 2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4.91에 달한다. 손승락 뿐만 아니라 셋업맨 윤길현(34)도 걱정이다. 그는 5경기에 나가 3⅔이닝 동안 4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은 9.82. WHIP(2.45)와 피안타율(0.444)도 필승 계투조의 성적이라고 볼 수 없다.
어깨 부상으로 휴업 중인 마무리 임정우(26) 없이 꾸역꾸역 승수를 쌓았던 LG 또한 최근 흔들리고 있다. ‘비상 체제’로 불펜을 운영 중이었지만 한계에 부딪혀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졌다. 8일 롯데전에서 그 동안 잘 버텨왔던 정찬헌(27)과 진해수(31)가 2실점씩하며 무너졌고, 9일 경기에서도 선발 임찬규(25)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최동환(28), 최성훈(28)이 버티지 못했다. LG는 부진한 이들 대신 4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김지용(29)과 신정락(30)을 각각 셋업맨, 마무리로 새롭게 조정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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