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전력소모ㆍ발열 적은 OLED 시장 기술력 선도
LG, 구글과 협력 가능성 시사
삼성, 아이폰8에 패널 공급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로 통한다. 각종 자료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압도적 기술력으로 1, 2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만큼 주목 받고 있지는 않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한국을 일컫는 또 다른 말이 있다. 바로 ‘디스플레이 코리아’다. 성장성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을 국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양분하고 있어서다. 최근 애플, 구글 등 거대 ICT 기업들이 OLED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들 업체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1일 “구글 투자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공시했다. 전날 구글이 OLED 패널 우선 수급을 조건으로 LG디스플레이의 OLED 생산라인 구축에 최소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고객사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구글과의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세계 OLED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다. 특히 TV에 쓰이는 대형 OLED 패널 쪽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중소형 OLED 분야의 경우 점유율이 1% 안팎으로 약 96%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비교해 절대적인 약세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3분기부터 중소형 OELD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가 늦게나마 중소형 OLED 생산에 뛰어드는 건 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OLED를 탑재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자 갤럭시S8를 비롯해 지난해 나온 구글 픽셀폰 등이 OLED를 탑재했고, 애플도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8부터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용 OLED 디스플레이 매출은 1,337만달러로 LCD 매출(2,055만달러)에 크게 뒤졌지만, 2022년에는 2,917만달러까지 커져 LCD(1,123만달러)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OLED는 가격이 비싸지만 뒤에서 액정 화면을 비추는 광원(백라이트)이 필요한 LCD와 달리 디스플레이 자체가 빛을 내 모양 변형이 자유롭다. 전력 소모와 발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더블폰 개발을 위해서는 OLED 디스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업체들을 포함해 글로벌 업체들이 거금을 들여 OLED 패널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당장 OLED 패널 생산 여력이 있는 곳은 삼성과 LG뿐이어서 당분간 이들 업체의 독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에버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0.8% 정도로 미미하고, 다른 업체들은 2019년에나 양산을 시작할 수 있다”며 “최소 3년 간은 국내 업체들을 향한 글로벌 기업의 구애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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