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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설 선생 추모 열기 휩싸인 충북 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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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설 선생 추모 열기 휩싸인 충북 진천

입력
2017.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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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 진천읍 산척리 숭렬사 앞에 이상설 선생의 순국 100주년 추모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숭렬사는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오른쪽 초가는 복원된 선생의 생가. 진천군 제공
충북 진천군 진천읍 산척리 숭렬사 앞에 이상설 선생의 순국 100주년 추모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숭렬사는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오른쪽 초가는 복원된 선생의 생가. 진천군 제공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1870~1917)선생. ‘헤이그 특사’로 일반인에게 기억되는 그의 업적엔 최초란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간도 지방에 최초 민족교육 기관인 ‘서전서숙’을 세워 항일 민족교육에 앞장섰고, 북만주에 해외 최초 독립운동 기지인 ‘한흥동 마을’을 건설했다.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보다 5년이나 앞선 1914년 해외 첫 망명정부인 ‘대한광복군정부’를 세워 정통령에 선임됐다. 27세에 성균관장을 지낸 대 유학자인 그는 한성사범학교 교관을 지내며 수학 물리 법률 외국어 등에도 능통했던 신학문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이런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유고나 유품 등 그와 관련한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생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임종할 당시 “조국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을 모두 불태우고 그 재도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마라”고 유언했다. 동지들은 유언대로 시신과 유품을 화장해 아무르강에 재를 뿌렸다.

오는 22일은 선생이 이국 땅에서 스러진 지 꼭 100년이 되는 날. 순국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 충북 진천에서는 선생의 업적과 독립 정신을 재조명하자는 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0일 찾은 진천군 진천읍내 곳곳에는 ‘보재 이상설 순국 100주년 추모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가득했다. 진천중앙시장에서 만난 이진수(61)씨는 “독립운동의 독보적 선구자인 보재 선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번 추모제를 계기로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과 불굴의 독립정신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상설기념관 건립 비용에 보태기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진천문화원 이장단협의회 향토사연구회 상공회의소 등 19개 단체가 성금모금지원협의회를 꾸려 이달 초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군민 1인당 성금 1계좌 갖기’운동도 시작했다. (사)이상설기념사업회 이재용(51)이사는 “출향인사와 기업체들도 성금 모금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순국 100주년을 계기로 모금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재 이상설 선생
보재 이상설 선생

추모제는 21,22일 이틀 동안 진천군 전역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로 펼쳐진다.

조명희문학관에서 이상설 추모 시낭송대회가, 숭렬사에서는 이상설 자료 전시회가 열린다.

우석대 진천캠퍼스에서는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이상구 성균관대 교수가 선생의 항일 활동과 대수학 선구자로서의 업적 등을 주제로 각각 특별 강연을 한다.

21일 오후 7시 30분 진천화랑관에서는 전야제 행사로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오페라를 공연, 추모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순국 100주년 추모식은 22일 오전 10시 진천읍 산척리 숭렬사에서 거행된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장과 충북지사, 중국 러시아 네덜란드 주한대사 등 국내외 인사 3,000여명이 참석한다.

이상설 추모 행사는 연중 이어질 예정이다. (사)이상설기념사업회는 6월 ‘해외 독립운동의 역사적 평가와 재조명’을 주제로 추모 학술대회를 연다.

7월에는 도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이상설 수학캠프’가, 8월에는 이상설 선생이 활동했던 만주와 연해주 일대를 돌아보는 유적지 견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진천군은 이상설 기념관 건립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설계가 한창인데, 이르면 상반기 내 착공이 가능하다. 2018년 말 개관 예정인 기념관은 총 87억 7,000만원을 들여 진천읍 산척리 선생 생가 인근 2만 5,000㎡터에 건립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모금이 기념관 건립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진천군은 해외 숭모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상설 선생의 활동 무대였던 중국, 러시아 지자체 등과 공동 추모 사업을 벌일 참이다.

군은 선생이 독립운동 기지를 세웠던 중국 헤이룽(黑龍江)성 미산(密山)시에 오는 8월쯤 이상설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송기섭 군수와 이상설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초 현지를 방문, 미산시와 기념비 건립 협약을 했다. 선생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미산시는 기념비 부지를 무상 제공키로 약속했다. 기념비에는 해외 첫 독립운동 기지의 역사적 의의와 선생의 유지를 담기로 했다.

선생의 유허비가 세워져 있는 러시아 우스리스크시는 진천군과 역사 탐방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협약했다.

진천군의 이상설 선생 숭모 사업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던 선생은 ‘근대 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군은 후세에게 선생의 업적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로 2014년부터 우석대 진천캠퍼스와 공동으로 ‘보재 이상설 수학교실’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군내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상설 선생 유적지를 돌아보는 역사 탐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충북혁신도시에서 개교한 서전중과 서전고는 진천군의 정성으로 탄생한 학교다.‘상서로운 배움터’란 뜻의 교명은 선생이 1906년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에 세운 항일 민족교육기관 ‘서전서숙’에서 따왔다. 군은 자율형 공립고인 서전고에 연간 2억 5,000만원의 학교 운영비를 대기로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참이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진천의 위대한 정신 유산인 이상설 선생을 재조명하고 바로 세우는 것이 진천군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길”이라며 “외형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진천이 내적으로도 견실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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