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위에 해당… 외교 위원장에 리수용
북한이 11일 개최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5차 회의에서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시켰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강화하면서 외교적 고립상태에 처한 북한이 외교 라인에 무게를 실으면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 기구가 서방과의 의원 외교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11시쯤 최고인민회의 실황녹화를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5차 회의가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면서 “이날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선거’를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북한 헌법 98조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부문별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새롭게 구성된 외교위원회는 동구에서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되고 민주화되던 1989년 서방 국가와 관계 개선을 위해 신설됐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인 1998년 폐지됐다.
이날 회의에서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시킨 것은 북한이 직면한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는 우리 정부로 치면 국회 외교위원회에 해당돼 정부간 외교 외에도 의원 외교에도 나설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음달 한국의 대선 이후 대남, 대미, 대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신설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의 구성원 면면을 보면 외교, 대외경협, 대남 협상, 대미 외교, 민간외교 분야의 핵심 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북한이 앞으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대남 및 대서방 외교를 위한 주요 기구로 활용할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에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선출했다.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으로는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리선권 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대외경제상을 지낸 리룡남 내각 부총리 등을 선출했다. 이밖에 김정숙 대외문화연락위원회 위원장, 김동선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영원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비서 등이 위원에 선임됐다.
조선중앙TV는 이날 회의에서 외교위원회 선거를 포함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을 위한 내각의 2016년 사업정령과 2017년 과업, 2016년 국가예산집행 결산과 2017년 국가예산, 전반적 12년 의무교육실시에 대한 법령집행총화, 조직문제 등 5가지 의안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이날 회의에도 검은색 인민복 차림에 안경을 쓰고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등과 주석단에 자리한 김 위원장은 이날 특별한 대외ㆍ대남 메지시를 내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킨 것은 현 상황을 매우 신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섣불리 대응하지 않고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김원홍을 강등한 이후 공석인 국가보위상을 새로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김원홍이 복귀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oeple@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