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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입에 달린 롯데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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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입에 달린 롯데의 운명

입력
2017.04.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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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1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뉴스1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1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뉴스1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운명이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입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소가 임박한 가운데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도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의 결정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당초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한 롯데그룹은 지난해 3월 신동빈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후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주도한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금 70억원을 냈다. 박근혜 정부의 은밀한 사초(史草)로 알려진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당일 ‘면세점 사업권의 재승인 검토’ 취지의 메모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추가 출연 요구에 ‘면세점 사업권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롯데는 그룹 비리와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 뒤 재단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았다.

문제는 뇌물공여 여부에 대한 핵심 단서를 제공한 안 전 수석이 협조적인 자세에서 돌변했다는 데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독대 끝부분만 배석해 진위를 모른다”는 식으로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해 두 사람간에 오간 내용에 대해 정확한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이 뒷받침될 경우 메모의 증거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돌연 발을 빼는 태도에 당혹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의 자세변화는 특검 수사에 적극 응했는데도 얻는 게 없었다는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온다. 안 전 수석이 특검에 추가 업무수첩 39권을 제공하고 관련 진술을 하는 등 수사에 대폭 협조했는데도 뇌물 혐의까지 받게 된 데다 부인이 수사대상에 오르자 수사기관에 대한 배신감에서 진술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전 수석은 지난 10일 국정농단 관련 공판에서 특검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압박과 강요, 꿰 맞추기 식 수사라고 몰아붙인 바 있다. 업무수첩 39권의 증거 동의마저도 "강요당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SK 롯데를 상대로 보강 수사를 벌였지만 답답한 횡보에 애가 타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현 수준에서라도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롯데는 면세점 추가 사업 계획을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면담 이전에 발표했다”며 “시기적으로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주는데 대가성이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12일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5차 옥중조사를 벌인 뒤 14일 또는 대선 선거운동 공식 시작일인 17일 전 기소,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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