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安이 당론 수정 요구해 검토”
작년 7월 이후 ‘사드 철회’ 당론
安 ‘사드 찬성’과 불편한 동거
중도ㆍ보수표 끌어오기 포석
당론 변경 가능성 높아져
국민의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안철수 대선후보의 요구에 따라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재검토 할 방침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당도 안보를 중시하는 안 후보에게 힘을 실으며 중도ㆍ보수표를 끌어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가 사드 국내 배치 반대 당론 수정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우리는 처음부터 ‘사드 배치 최적지는 국회’라고 했다”며 “우리나라의 영토와 예산이 들어가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날 방한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도 “사드 반대 당론을 수정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안 후보의 ‘사드 배치 찬성’ 입장과 불편한 동거를 해 왔다. 안 후보도 지난해까지 당론을 따랐지만, 올해 초부터 “한미 합의로 사드 배치가 진행되고 있어 상황이 바뀌었다” “국가간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올해 2월에는 주승용 원내대표가 안 후보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사드 당론 재논의’ 카드를 뽑아 들었지만, 정동영 의원과 박 대표 등 호남 중진 의원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당의 입장 변화는 안보를 강조하며 중도ㆍ보수로 확장을 꾀하는 안 후보를 뒷받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합뉴스와 KBS가 지난달 11∼12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사드배치 찬성은 51.8%, 반대는 34.7%였다. 특히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는 각각 90.9%, 87.2%가 사드 배치에 찬성했다. 안 대표도 7일 “당내 여러 생각을 함께 논의하고 설득해서, 당이 한 방향으로 가겠다”고 당론 변경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 동안 사드 배치 철회 당론 유지에 무게를 실어온 박 대표마저 입장을 바꾸며 사드 당론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정동영 의원은 “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당론 변경 과정에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의 한 의원은 “안 후보에게도 당론을 유지하는 게 비판을 덜 받는 쉬운 일”이라며 “그럼에도 당론 변경을 주장하는 이유는 사드 배치가 진행되고 있는데다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며 국가 안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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