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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총학생회 실종에 한숨 늘어가는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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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총학생회 실종에 한숨 늘어가는 대학가

입력
2017.04.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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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 강의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대학교 강의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총학생회가 없으니 이제야 소중함을 알았어요” 서울여대 3학년 박소연(22)씨는 지난해 애용했던 학교 복지 사업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총학생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선 사람이 없어 선거조차 치르지 못해 총학생회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총학이 하던 학우들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택배 사업이나 돗자리 대여 사업 등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학 내 총학생회 실종은 이제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지난 2일 연세대는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26.9% 투표율로 총학생회장 선출 선거가 무산돼 56년 만에 총학생회가 서지 못했다. 서강대와 서울여대는 총학생회장 후보가 없어 올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했고, 한국외대와 숙명여대 역시 후보자 부재로 2년 째 비대위 체제다.

지난 2일 연세대학교는 투표율 저조로 인해 56년 만에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 연세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캡쳐
지난 2일 연세대학교는 투표율 저조로 인해 56년 만에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 연세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캡쳐

비대위는 출범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총학생회가 부재하면 단과대학 학생회가 모여있는 중앙운영위원회가 비대위로 전환되고, 내부 투표를 거쳐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단과대학 학생회가 원래 업무에 총학생회 업무까지 일을 두 배로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는 업무 과다에 인력 부족까지 이중고를 겪는다. 지난해 숙명여대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정가을(22·가명)씨는 “단과대학 학생회에 총학생회 업무까지 떠맡다 보니 학교 축제 시기에는 밤샘은 기본이고 3일 만에 집에 귀가했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의 부재는 학생들에게 크고 작은 불편으로 돌아온다. 서강대는 연례행사였던 학생 수첩 및 시험 간식 제공 사업을 보류했다. 지난달 29일 임명된 서강대학교 비대위원장 구성우(25)씨는 “지난해 11월 학생회장 선출이 무산됐다. 총학생회가 지난해부터 진행했어야 할 일을 이제 시작하다 보니 학생 복지 사업이 축소됐다”며 “여기에 인력난까지 시달리다 보니 힘든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총학생회의 부재가 학내 사안에 반영돼야 할 학생들의 목소리까지 지운다는 것이다. 숙명여대 4학년 박연신(24)씨는 “지난해 공과대학 신설을 이유로 학교가 일방적으로 소속학과 인원 조정을 통보했다”며 “비대위마저 없었다면 학생 의견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여대 박소연(22)씨는 “올해 총장 연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총학생회가 없어 전처럼 학생 입장을 강력하게 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외대 비대위 관계자는 “학생들의 입지가 좁아질까 우려된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권익을 찾기 위해 학교 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 스스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생회 투표율 저조나 후보 부족은 학생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며 “학교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권리 행사를 위해서라도 총학생회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총학생회도 다시 학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학생 입장을 효과적으로 대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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