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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외교문서] 한미, 한중ㆍ북미관계 개선 ‘모란구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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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외교문서] 한미, 한중ㆍ북미관계 개선 ‘모란구상’ 추진

입력
2017.04.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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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팀스프리트 훈련 변경도 검토했으나 한국 반대 부딪혀

11일 공개된 외교문서. 연합뉴스
11일 공개된 외교문서. 연합뉴스

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정부와 미국이 한중관계와 북미관계를 동시에 개선하기 위한 ‘모란구상’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사실이 당시 외교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도 미국은 팀스프리트 훈련 축소 내지 중단 카드까지 검토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이 같은 내용의 30년 경과 외교문서(1986년도분 중심) 총 1,474권(23만여 쪽)을 11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북한이 소련으로부터 각종 신무기를 도입하는 등 북소 관계가 부쩍 긴밀해지는 데 불안감을 느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키우려 한 데서 한미의 모란구상이 추진됐다.

논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1985년 11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시작됐다. 중국 측이 북한과 소련의 관계에 우려를 보이며 '미국이 대북관계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중국도 대(對)한국 (관계) 관련 문제를 더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키신저의 방중 결과를 1986년 1월 한국에 전달하면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활용할 방안에 대해 협의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같은 해 3월 20일 '모란'으로 명명한 구상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외교 문서에는 '모란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들어 있지 않으나, 중국의 요구 대로 미국이 북미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은 중국과 교류하는 방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상옥 당시 외무차관과 데이비드 렘버트슨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 공사는 북한 학자의 미국 입국, 사교 행사에서 미ㆍ북 외교관 접촉 등 ‘작은 조치’부터 생각해보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논의 초기 미국이 '북한의 군사활동 축소를 전제로 한 한미 팀스피릿 훈련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제의(1986년 1월 21일)를 해 한국이 강력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86년 1월 23일 방한 중이던 윌리엄 셔먼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이원경 당시 외무부 장관의 '면담요록'에 따르면 이 장관은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강한 신호를 보내야 할 것"이라며 팀스피릿 훈련 조정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셔먼 부차관보는 "이제는 보다 광범위한 선택을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답했다. 셔먼 부차관보는 워커 대사에게 전두환 대통령을 직접 만나 미국의 제의를 전하도록 지시를 내렸는데 접견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미국 측이 다소 당혹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북한이 가장 원하던 카드인 팀스프리트 훈련 축소 내지 중단까지 고려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외교사료관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외교부는 올해 공개하는 외교문서의 골자를 명시한 요약본(해제)을 외교사료관 홈페이지(diplomaticarchives.mofa.go.kr)에 공개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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