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민간인들을 향해 화학 무기 공격을 자행한 바샤르 알아사드(사진) 시리아 정권에 대해 새로운 ‘레드라인(금지선)’을 제시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권 교체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화학무기뿐 아니라 ‘통폭탄(barrel bomb)’을 사용해도 추가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몰아세웠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도 함께 격상되는 분위기이다.
10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사드가 정권을 잡는 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시리아를 상상할 수 없다”며 아사드 정권 축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도 전날 CNN에 출연해 “아사드는 시리아에 필요하지 않은 지도자”라며 “시리아의 정권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정부가 좌고우면하지 않고 시리아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로 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아이들을 독가스로 살해하거나 무고한 이들에게 통폭탄을 투하한다면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하기 위해 토마호크 미사일 59발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가운데, 추가 공격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통폭탄은 폭발물과 파편을 철제통에 가득 담은 채 헬기에 실어 정밀성 없이 떨어뜨리는 무기로 어린이 등 불특정 다수를 해치는 경우가 많아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한 해에만 1만2,958개에 달하는 통폭탄을 반군점령 지역 등에 투하했으며, 이로 인해 어린이 166명을 포함해 민간인 635명이 사망했다.
미국이 통폭탄을 강조하며 추가 공격을 거론한 것은 시리아 정부가 조금이라도 반인륜적인 공격에 나설 경우 트럼프정부가 곧바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아사드 정권과 이를 비호하는 러시아를 함께 겨냥한다. 11일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이탈리아 토스카나 루카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보조를 맞출지, 아사드 정권과 이란, 헤즈볼라 무장세력을 끌어안을지 택일하라”고 압박했다.
G7 외무장관들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 지원을 이어갈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하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새로운 제재 부과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폭군적 행태를 직시해야 할 때”라며 제재 찬성 입장을 내비쳤으나, 이번 회의를 주재한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제재는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며 러시아 고립 조치에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러시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당시 러시아 무인정찰기가 희생자들이 몰려들었던 병원 위를 날아다녔고 얼마 후 러시아산 전투기가 병원을 폭격했다”며 “화학무기 사용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11일 “유엔에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며 무고를 주장했다.
채지선 기자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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