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참 수다스럽다. 화면과 실제 모습이 다른 대표적인 배우 김남길의 이야기다. 쉴 틈 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렇지만 결코 '가벼운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위트가 넘치는 언변 속 진중한 삶의 태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어느 날'(5일 개봉) 속 절절한 감성 연기가 그저 '연기'로 만들어진 게 아님을 짐작하게 했다.
김남길은 '어느 날'에서 아내를 잃은 남자 강수 역을 맡았다. 삶에 대한 어떤 의욕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미소(천우희)의 영혼을 만나면서 변화를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김남길과 천우희의 멜로를 기대한다면 오산. 두 사람은 러브라인이 '없다'.
"'둘이 격정멜로 찍은 것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이윤기 감독이 워낙 멜로물을 많이 찍었으니 그런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사랑을 다른 식으로 풀어가는 구조가 굉장히 신선했어요. 남녀 주인공이 러브라인 없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직 미혼인 김남길이 아내를 잃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다. 김남길은 주변인들의 사연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주변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또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사람이 아니어도 소중한 사람이나 동물, 물건을 잃어본 경험은 누구나 있잖아요. 그 상실감은 같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은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죠. 상실과 회복을 이야기하는 영화에요."
영화는 김남길의 감성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특히 만취한 상태에서 미소의 병실을 찾아가 넋두리하는 장면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 장면이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어요. 등을 보이면서 하는 연기잖아요. 배우들은 표정으로 감정 연기를 하는 게 익숙한데 '등 연기'를 하려니 쉽지 않았죠. 제 표정을 드러내면서 연기하고 싶은 강박증이 있어요(웃음). 그런데 감독님은 뒷모습만으로 감정이 담기길 바랐죠. 생각해보니 그게 맞아요. 관객에게 감정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니까."
김남길은 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성장을 한다고 했다. '어느 날'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보다 타인을 좀 더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작품의 이야기나 인물을 이해하려면 제가 갖고 있는 작은 경험들도 끄집어내야 하죠. 좀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하고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영화가 어떤 메시지냐에 따라 고민하는 게 다르기도 하고요."
웃음기를 띈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김남길은 "사실 많이 지쳐있다"고 고백했다. 촬영장에 가는 게 두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요즘은 피로감을 많이 느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요. 어떤 선배들은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는데, 또 언제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될지 모르잖아요. 다 지나고 나면 쓰나미처럼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가 있으니까요. 제가 겁쟁이인 것 같기도 해요. 해결이 되든 안 되든 정면돌파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
김남길은 '천만영화의 기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작 의미 있는 작품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천만영화가 자본주의 논리 안에서 옳은 영화라고 할 수는 있지만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소재 자체가 너무 획일화 됐잖아요. 그런 게 많이 안타깝죠. 기준도 애매모호하고요.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김연아 ‘Let it go’ 소개하는 일본방송 “아사다마오는 저렇게 못 할거야!”
‘800불’ 얼마길래? 오버부킹에 강제로 손님 끌어내 “제2의 갑질항공”
조혜정, 전속계약으로 ‘금수저’ 논란 종식? 악성 댓글에 팬의 선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