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직원 태우려 “정원 초과” 공지
승객 임의로 선정해 기내서 내보내
항의하던 의사 끌려가는 영상 SNS에
미국의 유력 항공사가 자사 승무원을 태우기 위해 여객기에서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 내는 사건이 발생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항공은 전날 오후 7시40분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켄터키주 루이빌로 향하는 여객기에서 중국계 남성 승객을 강제로 끌어냈다. 사건은 항공사가 만석 여객기에 이 비행과 무관한 자사 승무원 4명을 탑승시키려던 데서 시작됐다. 항공사는 승객이 모두 착석한 상황에서 “여객기 정원이 초과됐다”며 숙박권과 800달러를 지급 받는 대신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할 승객을 찾았다. 하지만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자 4명의 승객을 임의로 선택, 비행기에서 내릴 것을 지시했고 항공사의 요구에 마지막까지 항의하던 남성 승객은 결국 공항 보안요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게 됐다.
피해 승객이 연행되는 과정은 특히 다른 승객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할 정도로 폭력적이어서 전세계 여론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진 영상에서 3명의 보안요원들은 피해 승객의 양팔을 붙잡아 거칠게 끌어냈다. 강한 반동으로 인해 맞은편 좌석에 머리를 부딪힌 승객은 의식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입 근처에 피를 흘린 채 비행기 밖으로 끌려 나갔다. 69세로 알려진 이 승객은 당시 “나는 의사고 내일 아침 환자를 봐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항변을 이어 가고 있다. 정원을 초과한 탑승권 판매는 합법적이며, 자원 여부 확인이나 임의 승객 선택 등도 미 교통국의 규칙을 따랐다는 것. 하지만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승객 대신 탑승한 승무원들이 이미 수속이 끝난 후 뒤늦게 도착했으며 당초 이유로 내세운 정원 초과 예약(일명 오버부킹)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시아계 승객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조치였다는 지적까지 이어져 인종차별 논란도 번지고 있다.
보안요원이 소속된 시카고 항공국(CDA)은 이에 “이번 사건은 우리의 운영 절차에 부합하지 않으며 보안요원의 행동 또한 용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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