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청신호 감지
미국 보호무역ㆍ금리인상은 변수
“지금 경제는 골디락스(Goldilocksㆍ경기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딱 좋은 상태)다.”(지난달 30일 존 윌리엄스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그 동안 성장률 전망을 낮추기만 했던 기관들이 최근 종전 전망치를 높여 잡는 것도 달라진 추세다.
그러나 미국에서 시작된 반전(反轉) 분위기가 한국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및 금리인상으로 다시 경기회복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분위기가 가장 좋은 곳은 미국이다. 지난 5일 발표된 3월 미국 신규고용은 26만3,000명으로, 2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OECD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4% 올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도 지난해 4분기 3.5% 성장(연율)하며 잠정치 3.0%를 크게 넘어섰다.
세계경제 2ㆍ3위인 중국과 일본도 나쁘지 않다. IMF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2%에서 6.5%로 상향했고, 일본은행(BOJ) 역시 올해 자국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1.5%로 높였다. 특히 일본은 2월 실업률이 2.8%로, 2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불황이 길었던 유럽연합(EU)도 기대 이상으로 경기가 괜찮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1.5%에서 1.6%로 높여 잡았다.
대만의 2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8% 급증했다. 인도는 올해까지 3년 연속 7%대 고성장을 노리고 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브라질도 올해는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세계 경기가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전반적으로 호전되는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런 흐름은 교역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유럽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것은 바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며 “작년(3.1%)보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국내 수출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은 변수는 미국이 어떤 통화ㆍ무역정책을 채택할 것인가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하면 중국까지 포함해 세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몇 차례 더 단행되는 과정에서 부채 수준이 높은 취약 신흥국 경제가 타격을 받아 세계 경제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도 지켜볼 부분이다. 최근 회복된 원자재 가격이 다시 떨어지게 되면 수출액 감소와 원자재 수출국(신흥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 보호무역과 함께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꺾일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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