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추가 금융지원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주도로 마련돼 지난달 23일 제시된 지원안에 대해 일반 투자자는 물론이고 국민연금 등 공적 투자기관들도 수용에 난색을 표하면서 자칫 추가 지원 자체가 무산될 상황이다. 대우조선 최대 주주인 산은은 10일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32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지원안에 대한 추가 설명과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직접 나선 설명회에는 투자자측 경영진이 대거 불참해 지원안에 대한 채권자들의 회의적 입장만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지금 추가 지원안 실현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채권자는 국민연금이다.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은 과거 같으면 정부가 주도한 추가 지원안에 협조적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최순실 사태’와 얽힌 삼성 합병 지원 등을 두고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어서 공연히 책임을 떠안을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기류다. 국민연금이 50% 출자전환, 50% 만기연장 하기로 돼 있는 사채권자 채무조정안에 반발하며 산은 등의 추가 감자와 4월 만기도래 대우조선 회사채 우선 상환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산은의 입장도 난감하다.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의 추가 요구를 수용하려면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이 그만큼 더 많은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하지만 산은은 지난 2015년 지원과 관련해서도 이미 거센 비판과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이날 설명회에서 “산은과 수은도 대우조선에 국민 혈세를 너무 많이 투입했다”며 추가 부담을 짊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도 산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은 정부든 채권단이든 욕 먹고 책임질 일은 누구도 하지 않겠다는 보신주의에 사로잡힌 상황이다.
물론 산은과 국민연금이 추가 물밑 협상까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질 일, 욕 먹을 일은 하지 않겠다는 ‘변양호 신드롬’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오늘 내일 중 발표되는 국민연금의 입장은 추가 지원 반대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 역시 추가 지원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 플랜(P 플랜)’ 준비를 마쳤다며 추가 조정을 외면한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 대우조선 등 3자 모두 팔짱만 끼고 있다가는 우리 조선산업의 미래와 5만 근로자의 일자리가 걸린 대우조선 문제는 일방적 시장원리에 따라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시장과 공익의 지혜로운 절충점을 찾아야 할 으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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