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기준으로 대응 매뉴얼
교육부 권고안 한단계 상향 시행
정부와 교육청 기준 달라
학교 현장에선 혼선 우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날에도 학생들의 야외수업이 이어진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서울시교육청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우리 정부가 정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엇갈린 기준 탓에 학교 현장에서 혼선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이러한 내용의 ‘2017학년도 학교 미세먼지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하고 기존 교육부 미세먼지 단계별 대응 권고안을 한 단계씩 상향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은 WHO 권고기준을 참고해 대응 수준을 높였다. 지금은 당일 미세먼지(PM10)가 ‘나쁨’(81~150㎍/㎥) 이상일 때 야외수업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WHO 권고기준에 따라 농도가 50㎍/㎥ 이상일 경우 야외수업을 자제하도록 했다. 입자가 더 작아 초미세먼지로 불리는 PM2.5 역시 야외수업 자제 기준을 50㎍/㎥ 이상에서 25㎍/㎥으로 대폭 낮췄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미세먼지 농도가 다음날 ‘나쁨’ 이상으로 예보될 경우 예정된 야외수업을 실내 수업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또 당일 미세먼지 주의보(‘매우 나쁨’ 수준) 발령 시에는 가급적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수업을 단축하고, 학생들의 외부 활동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지도하도록 했다. “미세먼지 대응 기준을 엄격히 해달라는 학부모 민원이 폭증하면서 우선적으로 WHO 기준을 참고해 매뉴얼을 강화했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측 설명이다.
그러나 중앙 정부와 시ㆍ도교육청의 대응 기준이 달라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예컨대 미세먼지(PM10) 농도가 50㎍/㎥을 넘을 경우 서울 지역 학교들은 야외수업 실시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라는 이유로 휴대폰 예보 문자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알람 등을 보내지 않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예보 등급이 ‘나쁨’ 이상일 경우에만 신청자에 한해 문자를 전송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건강취약계층인 유치원, 초등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선 미세먼지 농도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중앙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힘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ㆍ도교육청 간 엇갈린 기준 탓에 같은 조건에서도 지역에 따라 학생들의 야외수업 여부가 다르다는 것 역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기준 강화와 함께 정확한 지침 마련으로 혼선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중앙정부에서 명확한 로드맵 없이 느슨한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는 탓에 학교현장뿐 아니라 각종 실생활에서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어린이나 청소년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게 설정돼 면밀히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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