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남중국해 병력배치 발언에 대해 베트남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필리핀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남중국해와 주변국들 사이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0일 베트남 외교부에 따르면 레 티 투 항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남중국해 병력배치 지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사실 확인을 위해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와 파라셀 군도에서 베트남 허가 없이 이뤄지는 다른 국가의 모든 행위는 불법이자 무효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베트남은 이들 군도의 주권에 대한 역사적 증거와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며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 6일 두테르테 대통령은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의 팔라완섬 군기지를 방문, 기자들과 만나 “스프래틀리 군도를 전면적으로 점령하도록 군에 지시했다. 구조물을 세우고 국기를 꽂으라고 주문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필리핀의 독립기념일인 6월 12일 중국과의 분쟁 지역인 티투섬을 방문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중국해 분쟁지역에 대한 두테르테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중국이 즉각 우려를 나타냈고, 이에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이 8일 “필리핀은 역내 이웃 국가, 동반자들과 관계를 개선하는데 여전히 헌신적”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사일 방어망 구축, 전투기 조기 배치 등 필리핀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우려는 증폭되는 분위기다.
필리핀 일간 필리핀스타는 9일 레스티투토 파딜라 필리핀군 대변인을 인용, 북한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필리핀은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파딜라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이 궤도를 이탈해 필리핀을 타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민방위청이 비상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은 당초 연말로 예정됐던 공군전력 획득 사업을 오는 5월에 조기 마무리 짓기로 했다. 현지 온라인매체 래플러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공격기 FA-50 8대를 한국으로부터 인도받은 필리핀 공군은 이달 9, 10호기 인수에 이어 최종 11, 12호기도 5월 중에 인도받는다. 이전 아키노 행정부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움직임과 관련 해당 해역의 방위력 증강을 위해 지난 2014년 도입을 결정한 프로젝트다. 전투기 전력이 없는 필리핀의 건군 이후 최대 규모 무기획득 사업으로, 4억2,000만달러(약 4,800억원)가 투입됐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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