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법정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0일 열린 공판에서 안 전 수석은 명품을 수수하고 무료성형시술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담당했던 김영재 원장과 그의 아내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컬 대표로부터 4,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면 어떤 명목으로 받은 것이냐”고 묻자, 안 전 수석 측은 “박 전 대통령이 김영재 의원을 잘 살피라고 해서 그 과정에서 친하게 돼서 받은 것”이라며 “미용시술의 경우도 잠깐 (침대에) 누워보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안 전 수석 부인이 박채윤씨로부터 받은 고가의 명품백과 축의금 명목의 현금 500만원에 대해서는 “그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이례적으로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개인 뇌물죄로 법정에 서서 부끄럽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안 전 수석은 "특검의 첫 조사 때부터 그 동안 제출했던 수첩이나 기억을 토대로 최대한 수사에 협조해 왔는데도, 특검은 원하는 방향의 협조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이 안 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압박이 가해졌고 결과적으로 뇌물죄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에게도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안 전 수석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수사에 협조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객관적 자료임에도 부인했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의 부인을 조사할 때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을 통해 연락처를 구해서 조사를 했다는 점을 설명하며 “부인과 검사가 면담한 내용 등이 녹음, 녹취돼 있고 특검 조사를 받은 것도 진술조서에 동의가 돼있다. 특검에 딸이 함께 나와서 식사도 하게 했다”며 강압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 측은 이어 “통화 녹취록을 법정에서 공개하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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