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과 변칙이 원칙’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대외정책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권과는 정반대인 ‘톱다운(top-downㆍ하향식)’ 방식으로 채택된 새로운 대북 정책을 토대로 항공모함 전단 배치 등 우발적 군사충돌도 불사하는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해 둘 것을 안보팀에 지시했다고 말해 거듭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 신호를 내비쳤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을 가진 불량 정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선택방안(full range of options)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호주로 향하던 중 긴급하게 한반도 해역으로 방향을 돌린 칼빈슨 항모 전단에 대해서는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압박 요구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거절하는 결과를 낳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취해진 이 결정이 트럼프 정권의 새로운 ‘대북 옵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최근 확정한 대북 정책이 좋게 말하면 ‘유연성’, 나쁘게 말하면 ‘변칙ㆍ예측불가능’을 전제로 작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번 대북정책은 국방장관ㆍ국무장관ㆍNSC보좌관 등 핵심그룹(PSGㆍPrincipal Small Group)이 대통령 의중을 토대로 방향을 정하면 각 부처 실무진이 상황마다 실행 계획을 정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하향식’ 결정 방식은 전문성을 토대로 실무진이 초안을 작성한 뒤 차관보급이나 장관급에서 사후 추인하는 과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이전 오바마 정권 때보다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어 있다.
미 항모의 한반도 파견 의도를 모호하게 만들려는 듯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맥매스터 보좌관과는 달리 유화적 발언을 내놓았다. 이날 CBS 방송에 출연, “(시리아 공격)메시지는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국제적 규범, 합의를 위반하거나 타국에 위협이 되면 어느 시기에 대응이 시작된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미국은 비핵화한 한반도를 원하지만, 북한 정권을 교체할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맥매스터 보좌관은 물론이고 그 자신이 지난달 방한 당시 “(선제타격 등)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도 상충된다.
트럼프 정권이 무원칙ㆍ변칙의 ‘트럼프 독트린’을 대 시리아 미사일 공격으로 첫선을 보인데 이어 항모 전단 파견으로 대북 압박에도 적용시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표를 찌른 시리아 공격으로 김정은 정권과 대북 압박에 소극적인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외교적 변칙 플레이가 계속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캐서린 힉스 부소장은 “변칙과 불확실성은 협상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적성국이 의도를 잘못 파악해 예상 밖 강경 대응에 나서면 오히려 큰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워싱턴 관계자도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타격보다는 경제적 제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못지 않게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이 미 항모 전단에 맞서 도발적 행동을 취할 경우 군사충돌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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