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ㆍ숙박 저렴하게 이용하고
“따로 다니겠다”전체 일정 거부
동남아 여행객 10명에 2명 꼴
여행사 “계약된 인원보다 줄면 단체할인ㆍ지원 받기 어려워”토로
일각 “패키지, 쇼핑 강요 지나쳐”
두 달 전 부모의 환갑을 맞아 태국 방콕으로 3박5일 패키지(여행사가 일정 전반을 관리하는 상품)여행을 떠났던 직장인 정모(28)씨는 “진상 고객 때문에 여행을 완전히 망쳤다”고 토로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자유여행인 줄 알았다”며 패키지 참석을 거부한 것. “발 마사지 등 옵션(선택)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니 참석만 해달라”는 현지 가이드 부탁에도 이들은 “우리 여행 망치려는 심산이냐”라면서 화를 내고 떠났다. 정씨는 “일분일초가 아까운 여행지에서 실랑이를 지켜보느라 20분 가까이 허비했다”고 푸념했다.
패키지여행으로 계약하곤 현지에서 돌연 ‘따로 다니겠다’고 선언하는 얌체 고객들로 여행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항공, 호텔, 식사 비용까지 포함하고 있지만 에어텔(항공+숙박)이나 심지어 항공권보다도 싼 특가 패키지 상품을 골라, 항공과 숙박만 ‘쏙’ 이용하고는 전체 일정에서는 빠지는 식이다.
대개 여행사들은 고객을 소개하는 대가로 현지 업체에서 경비 일부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저렴한 특가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행사들은 “계약된 숫자보다 손님이 줄어들면 관광지 단체할인이나 현지 업체의 경비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현지 이탈자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여행사가 고스란히 물게 돼 피해가 막심하다”고 털어놨다.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고객을 설득하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행 상품을 고르면서 분명 일정을 확인했을 텐데 “원치 않는 일정이 끼어 있어 못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가이드와 현지에서 만나자마자 “스타일이 맞지 않아 같이 못 다니겠다”고 트집을 잡는 막무가내 손님에게는 설득이 먹히지 않는다. “(패키지투어에서 빠져) 가이드를 이용하지 않으니 가이드비용도 내지 않겠다”는 손님도 있어 일부 가이드는 여행사에 지급해야 하는 여행객 할당 대가 수수료를 제 돈으로 메우기도 한다. 여행 수요가 많은 동남아 국가의 경우, 열에 두 명 꼴로 이탈자가 생긴다고 한다.
이들 때문에 일정이 지연되면서 다른 손님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곤혹스럽다. 현지 가이드들은 “혹시 위험에 처해 연락이 닿지 않을 수도 있어 곧장 이동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패키지여행 중 이탈은 여행 분위기를 망치는 건 물론이고,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는 게 여행사측 입장이다. 그렇다고 여행사가 정해진 일정을 거부한 고객에게 위약금을 물릴 수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약정된 여행지 일정을 강제로 참가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소비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키지 관광객의 반응은 여행사와는 온도차가 난다. 최근 베트남으로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는 정모(43)씨는 “여행자 입장에서 하루 두세 번씩 쇼핑센터를 방문하고 이런 저런 상품을 비싼 값에 사라고 강요하는 패키지 일정이 너무 과하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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