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의 음악을 더 와 닿게 연주할 수 있는 한국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게 돼서 더 기쁩니다. 윤이상은 바로 한국 자신의 음악이니까요.”
2017 통영국제음악제가 막을 내린 9일,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통영국제음악제를 찾은 지휘자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73)는 특히 한국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곡을 연주했다는 점을 기뻐했다. 데이비스는 2015년엔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개막공연에서 윤이상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등을 연주했다. 올해는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 폐막공연을 함께 했다.
“윤이상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작곡가”
데이비스는 미국 출신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로 방대한 레퍼토리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윤이상 생전에도 인연이 있었다. “올해가 탄생 100주년이죠. 그가 1995년에 사망한 걸로 기억해요. 당시 베를린에 있는 그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죠.” 데이비스는 윤이상의 사망 년도까지 정확히 기억할 만큼 그를 훌륭한 작곡가라고 기억했다. “그는 매우 온화한 성품이었지만 음악은 대중적이지 않고 부담이 큽니다. 연주하기도 어렵고 청중들에게도 집중이 필요한 음악이에요. 국제적으로도 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한국에서도 그의 음악을 많이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비스는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존 애덤스의 ‘빠른 기계를 잠깐 타다’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사이에 윤이상의 곡 두 곡을 배치했다. 윤이상의 클라리넷 협주곡, 관현악을 위한 서주와 추상을 “교향곡 작곡가와 협주곡 작곡가로서 모두 훌륭한 면모를 보였던 윤이상을 보여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통영을 방문해 더욱 뜻 깊다”며 “언제든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개최된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축제의 장이었다. 개막공연에서는 첼리스트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고, 1일과 2일에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빈 필하모닉 앙상블’, 1일과 5일에는 윤이상 작품에 통달한 연주자들의 단체인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이 윤이상의 곡을 연주했다.
탄생 100주년 앞두고 예산 삭감한 정부
탄생 100주년을 두고 많은 국내외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지만, 정작 윤이상의 고향 통영에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시작된 이듬해인 2003년 시작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열리지 못할 뻔 했다. 경상남도 2억원, 문화체육관광부 1억원, 통영시 1억원의 지원금으로 운영됐는데 올해엔 경상남도와 문체부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다 지난 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2017년도 문예진흥기금’에 선정돼 1억6,000만원을 지원받게 되어 급한 불은 껐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원래 국비 지원을 받지 않아 축제 개최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윤이상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리기 위한 특별 예산은 추가로 받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1967년 동백림 사건 이후 조국을 찾지 못했던 윤이상이 여전히 복권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이상은 클래식계의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도 기획 연주회를 열만큼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곡가다.
윤이상 태어난 9월엔 연주회가 더 풍성
통영국제음악제 이후에도 그를 기리는 연주회는 계속된다. 특히 윤이상의 탄생일(9월 17일)에는 윤이상과 절친했던 지휘자 하인츠 홀리거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실내악 무대를 꾸민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같은 날 독일에서 열리는 ‘무지크페스트 베를린’에 참가해 성시연 지휘로 ‘예악’과 ‘무악’ 등을 연주한다. 같은 달 22일에는 홀리거 지휘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를 열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자로 나선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클라라 주미 강은 이후 25일부터 1주일 간 유럽을 돌며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하모니아’ 등을 선보인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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