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4. 10
1925년 오늘(4월 10일) 프랜시스 스코트 피츠제럴드(1896~1940)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가 출간됐다. 1차 대전 직후의 활황기, 전후 쾌락주의와 결합한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서민들의 삶으로 확산되고, 그 전위에 전통 귀족들을 밀치고 나온 신흥 부르주아지와 전쟁 중 담장 바깥 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여성들이 있었다. 갓 보급된 라디오에서는 대중음악의 상징이던 재즈 선율이 넘실거렸고, 거리에서는 페티코트를 벗어 던진 여성들이 즐겨 입던 주름치마 자락이 깃발처럼 펄럭였다(flap)고 한다. 1929년 대공황 전까지 전후 미국의 20년대를, 그래서 ‘재즈 시대’라 구분하고, 당대의 신여성을 ‘플래퍼(Flapper)’라 부른다. ‘위대한 개츠비’는, 금주법(1919~1933) 시대이기도 했던 그 무렵, 옛 가치의 단단한 것들과 새롭고 자유로운 것들이 급진적으로 부딪치던 양상과 그 주역들의 자화상이었다.
소설은 미지의 갑부 개츠비의 저릿한 사랑 이야기라 줄여 말할 수도 있다. 가난 때문에 빼앗긴 옛 연인을 못 잊는 개츠비는 부자가 된 뒤부터 연일 성대한 파티를 벌인다. 이미 남의 아내가 된 그녀가 혹시라도 그 파티에 나타날까 해서다. 곡절 끝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엉킨 감정의 타래를 풀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지만, 개츠비의 어이없는 죽음으로 기약은 다시 물거품이 되고 소설도 스산하게 끝을 맺는다. 개츠비의 주류 밀수, 신ㆍ구 지배계층의 알력, 플래퍼 등의 분방한 사랑과 불륜과 치정의 얽힘 속에서 작가가 특히 주목한 건 개츠비의 사랑, 사랑이라 여긴 것에 헌신과 열정이다. 작품을 쓰던 무렵의 피츠제럴드는 아내 ‘젤다’와의 뜨거운 사랑 안에 있었지만, 원고지를 마주한 시간 속의 그는 자신이 지나쳐온 아픈 사랑 안에 있었을 것이다.
쇠락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부유한 외가에 얹혀 성장했고, 10대 때부터 글을 팔아 대학을 다녔다. 20대 초반 사귀던 연인을 가난 때문에 잃었고, 젤다 역시 가난해서 한 차례 파혼을 당했다가 첫 소설 ‘낙원의 이편(1920)’이 히트하면서 간신히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 부부가 피츠제럴드의 상당한 벌이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치스럽게 산 까닭은 돈이 전부이던 시절의 통념에 반발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던 그에게 개츠비는, 그래서 위대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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