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우선 상환해달라”는 국민연금의 요구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산은이 추가 감자에 나서거나 기존 채무조정안을 뒤집어 수정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은 산은이 최종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밝혀왔던 터라 산은의 답변을 계기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을 공식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긴급 회동에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교환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일 산은에 채무재조정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4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모두 상환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답변 시한은 10일 오전으로 못 박았다. 산은이 국민연금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제시한 50%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그러나 산은은 이날 긴급 회동에서 국민연금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4월 만기 회사채를 갚을 능력이 없을 만큼 근본적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10일 오전 산은의 이러한 입장을 담은 공문을 국민연금에 보낼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누구도 국민연금에 대우조선 회사채를 사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며 “책임 분담은 산은뿐 아니라 모든 기관이 동등하게 져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이 국민연금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거부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산은의 결정을 바탕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은 곧 바로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산은은 10일 대우조선 회사채를 갖고 있는 32개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대대적인 설득전에 나설 예정이다. 산은은 기관투자자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만기가 3년 미뤄지는 회사채를 우선 상환해주는 방안을 당근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만기 도래 1년 전 미리 회계장부에 상환 비용을 묶어둬 다른 곳으로 돈이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말까지 최종 입장을 정해 밝힐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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