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으로 시작해 2013년 3000만弗 수출
AK-47ㆍAR-15 개량소총 중동ㆍ동남아 호평
작년 소총 방산업체 지정… 완성 총 수출도
‘총기 부품으로 3,000만불 수출탑 달성. 35년만에 소총분야 방위산업체 추가 지정’
총성이 끊이지 않는 회사가 있다. 회사 한 구석에 사격장을 만들어놓고 다양한 소총과 권총의 성능을 테스트해가며 총을 생산하는 곳이다.
총기제조회사 다산기공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레밍턴(Remungton), 시그사우어(SIG SAUER), 스프링 필드(Spring Field)같은 유수의 글로벌 총기회사들도 다산의 부품으로 총기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의 중소기업의 만든 총기 부품을 보고 총기 시장의 다크호스가 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 회사가 총기 관련부품을 만들어 수출한다는 게 처음부터 쉬웠던 일은 아니었다. 1992년 다산기공을 설립한 김병학 대표도 해외 시장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총기가 인정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지난 7일 전북 완주군 다산기공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품질관리에 더 신경 쓰는 수밖에 없었다”며 “10년 간 이 원칙으로 한 우물을 파자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권총의 고전이라 불리는 나인틴일레븐(1911)의 방아쇠 뭉치를 만들어 수출하던 다산기공은 차츰 권총 총열과 군인들의 제식총기로 사용되는 소총 총열 등으로 생산 제품을 늘려간다. 정교하고도 내구성이 높은 다산기공의 총열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 메이저 총기 회사들의 생산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해외 바이어들이 인정하는 다산기공의 가장 큰 장점은 민간업체로서는 드물게 세계 소총시장을 양분하는 AK-47과 AR-15의 개량 총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소총 시장은 구소련이 개발한 AK-47과 미국이 개발한 AR-15(M16)에 뿌리를 두고 발전해 왔는데, 한국처럼 독자적인 총기 기술개발을 가지지 못한 나라들은 여전히 이 두 총을 개량ㆍ발전시킨 소총을 쓰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다산의 개량 총기에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창립 15년만인 2007년 500만 달러 수출탑을 달성한 다산기공은 2012년 2,000만 달러, 2013년 3,000만 달러 수출 벽을 차례로 넘어섰다. 총기 부품 수출로만 지난해 514억원을 수출해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강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다산기공을 총기 관련 방위산업체로 지정하는 창사이래 ‘최대 경사’도 있었다.
소총분야에서 정부가 방위산업체를 추가로 지정한 것은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는 S&T모티브만이 유일한 방위산업체로 한국군에 소총을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이번에 다산기공이 방산업체로 지정되면서 한국군 소총 공급 시장은 35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 체제로 바뀌게 됐다.
김 대표는 “우리군에 소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출 증대 등 경영적 측면뿐 아니라 국가가 우리 기술력을 인정해줬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올해 예정돼 있는 입찰을 잘 준비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다산기공은 지난해 처음으로 완성 총기를 제조해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총기 부품회사에서 완성 총 제조업체로 한 단계 도약한 것이다.
현재 완성총기 수출지역은 중동과 동남아 등지로 한정돼 있지만 조만간 미국과 유럽 등 총기 중심 시장으로 수출 반경을 넓혀갈 계획이다.
다산기공은 완성총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생산공장에 다양한 시험 설비도 구축했다. 제조된 총은 사격장에서 기본적인 격발 시험을 거친 뒤 고온이나 저온, 먼지, 염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도 받는다.
김 대표는 “품질이 좋은 총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자세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수의 총기 회사들과 당당히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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