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 내세우다 군사 개입
정치적 수세 뒤집으려는 포석
현지 언론들 “비전문적” 지적 잇달아
6일(현지시간) 시리아 공군기지를 전격 공습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취임 이후 줄곧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시리아 사태에 방관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인권을 이유로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원칙 없는 대외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59발을 쏟아 부은 미 해군의 공격은 시리아 정부군이 북부 이들리브주 칸셰이쿤을 화학무기로 공격한지 63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필수적 국가안보와 미국 외교정책의 이익에 근거해 행동했다”며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출범 3개월 만에 이뤄진 트럼프 행정부의 첫 대규모 무력 공격은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시리아 사태에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인이 결정해야 한다(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아사드 정권의 지배는 정치적 현실(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등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사태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진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등 백악관 강경파들은 이슬람국가(IS) 축출 등 테러리즘 척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중동분쟁에 관여하는 미국의 기존 정책에 반대해 왔다.
때문에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공습 강행에 수세에 몰린 국내 정치 상황을 돌파하는 등 다목적 포석이 담겨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친러 이미지 탈피 등을 노렸다며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에게 유용한 ‘정치적 도구’를 제공했다”고 풀이했다.
이런 노림수 탓에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쌍둥이를 안고 오열하는 아버지 모습 등 시리아 참상을 담은 사진에 충격을 받아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을 단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감정에 경도돼 중대한 외교사를 결정한 것부터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캐슬린 힉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안보프로그램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정부는 예측불가능하고 즉흥적이며 비전문성만 난무할 뿐, 외교노선의 기본인 ‘독트린’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시리아 정부군이 미군 공습에 아랑곳 없이 8일 이들리브주를 재차 폭격해 민간인 18명이 숨지는 등 무력 개입의 효과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공습이 즉흥적 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필요하고 적절하다면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하겠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시리아 정권을 제재할 준비가 돼 있다”며 경제제재를 예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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