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21ㆍ토니모리)이 자신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첫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장식하며 ‘무관의 신인왕’ 꼬리표를 뗐다.
이정은은 9일 제주 서귀포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 스카이ㆍ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198타로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3일 내내 선두를 지켰고 2위를 4타 차로 따돌리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29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우승을 올해 두 번째 대회 만에 이뤄내며 무거운 짐을 홀가분하게 덜어냈다. 이정은은 "작년 목표이던 신인왕을 받았고 올해 목표인 첫 우승을 생각보다 일찍 달성해서 기쁘다"면서 "올해는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드는 걸 다음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이정은은 상금랭킹 2위(1억4,759만원)으로 올라서며 이번 시즌 상금왕 경쟁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이정은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획득했다.
한때 생계를 위해 골프를 했지만, 이제는 KLPGA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하고 있다. 9세 때 아버지 후배인 한 티칭 프로의 추천으로 골프채를 처음 잡은 그는 처음엔 선수보단 ‘레슨 프로’가 되려 했던 골퍼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효녀 골퍼’이기도 하다.
김자영(26)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정은은 챔피언조 경기에 처음 나선 선수답지 않게 시종일관 차분하게 타수를 줄이며 순항했다. 이소영과 지난해 롯데 칸타타여자오픈 우승자 박성원(24)이 따라붙어 봤지만 위협할 수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위와 타수는 홀을 거듭할수록 벌어졌다. 4번홀(파4) 버디로 3타 차 앞선 이정은은 7번홀(파4)에서 1타를 줄이며 4타 차로 한 걸음 더 달아났다. 9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잘 붙여 버디를 잡아내자 2위와 타수는 5타가 됐다. 11번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인 이정은은 6타 차 선두로 올라서며 우승 굳히기에 들어갔다. 13번홀(파4)에서 이날 하나 뿐인 보기를 적어냈지만 우승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정은은 "아마추어 첫 우승 때도 1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끝에 따냈던 기억을 떠올린 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면서 "샷도 샷이지만 그린에서 결정적인 버디 퍼트가 여러 번 떨어져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한편 5언더파 67타를 친 박성원이 17번홀(파3)과 18번홀(파5) 연속 버디에 힘입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정은과 동반 경기를 치른 이소영은 4언더파 68타로 3위(13언더파 203타)에 올랐다. 올해 첫 대회 SGF67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자 김해림(28)은 3타를 줄인 끝에 공동4위(10언더파 206타)로 마감했다. 2012년 이 대회 우승자 김효주(22)도 공동4위를 차지해 체면을 지켰다. 1언더파 71타를 친 장하나(25)는 공동7위(9언더파 207타)로 대회를 마쳤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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