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창작예술촌 조성
주민 직접 공방ㆍ카페 운영
친환경 공간으로 재탄생
빈집이 늘어나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전남 순천시 옛 도심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자연의 씨줄과 문화의 날줄로 엮어내는 천가지로’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이 마을을 기억하고 지켜온 주민들의 노력으로 청년이 돌아오는 희망의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9일 순천시에 따르면 30년 이상 노후 주택이 밀집한 향동 원도심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금곡에코지오마을을 조성했다. 허물어져 흉물스럽던 빈집은 유명 작가의 창작예술촌으로 개조하고, 빈집 주변과 거리에 이웃사촌정원을 조성해 주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향동 일대는 오래 전 좁은 골목길, 작은 주택들이 들어선 마을, 누구나 어린 시절 지나쳤을 만한 거리였다. 한때 젊은이들이 하숙집과 자취방을 가득 메우던 시절이 있었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가 조금씩 허물어져 더 이상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거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점점 잊혀져 가는 순간에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숨은 이야깃거리를 찾아내고 직접 마을을 설계하며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렇게 시작한 원도심 재생사업은‘정원의 도시’순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내 유명작가들이 직접 조성한 작가정원을 만들고 마을 주민들의 가정정원이 어우러졌다. 낡고 방치됐던 건물들은 개조해 유명 작가들의 창작예술촌으로 새롭게 변모했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자연 에너지 활용을 통한 친환경마을을 만들기 위해 벽면녹화, 빗물활용, 에너지절감형 집수리, 태양광을 곳곳에 설치했다. 생태주차장은 단순한 주차장의 개념을 넘어 태양광 휴대폰 충전소, 수목들의 관수를 위한 빗물저금통 등을 만들었다.
도시재생과 함께 시작된 마을사업은 순천부읍성 역사문화관광 자원화 사업, 청수골 새뜰 마을 사업으로 연계돼 진행 중이다. 생활환경이 취약한 청수골의 낡은 집을 개ㆍ보수하고 마을 입구에는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해 주민들이 직접 공방, 카페, 빈집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속도보다는 방향, 사람보다는 시스템, 외부전문가보다는 주민이 주축이 되는 차별화 전략으로 원도심을 재생하겠다”며 “주민의 소소한 삶의 진솔함이 깃든 마을과 거리를 만들어 활기찬 도심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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