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과학기술 분야 천재 과학자로 손꼽혔으나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신중훈 카이스트 교수를 기리기 위해 장학기금이 조성된다.
9일 카이스트(총장 신성철)에 따르면 고 신중훈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의 아내인 홍영은씨가 나노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발전기금 1억 원을 기부키로 약정했다. 기금 약정식은 7일 카이스트 대전 본원에서 홍씨를 비롯해 신 총장과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카이스트는 이 기금으로 ‘신중훈 장학기금’을 조성, 나노과학기술대학원과 물리학과 학생 가운데 성적 우수자를 선발해 내년부터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홍영은씨는 “대한민국 나노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과학자이자 세계적인 연구자였던 남편이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이룰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 장학기금을 조성하게 됐다”며 “연구자로 치열하게 살았던 신중훈 교수를 후학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계속 훌륭한 과학자가 나올 수 있도록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고인의 모교인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 공대에도 ‘신중훈 장학기금’ 조성의 취지를 알리는 등 7월부터 모금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신 교수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고 신중훈 교수는 지난해 9월 30일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과제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49세에 영면했다. 고인은 1989년 하버드대에서 학사 학위를 3년만에, 1994년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에서 석ㆍ박사 통합학위를 4년만에 받았다. 이후 1996년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임용 당시 고인의 나이는 불과 27세 5개월이어서 국내 대학에서 가장 젊은 교수로 화제를 모았다.
고인은 실리콘 포토닉스와 실리콘 나노결정 구조 등 반도체 나노광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겨, 2004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으로부터 ‘올해의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또 이듬해 ‘한국공학상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이 주도한 연구팀은 여러 각도에서 똑 같은 빛깔을 내는 ‘몰포나비’와 날개의 독특한 구조를 재현해 전력 소모가 매우 낮으면서도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생체 모방 반사형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 관련 논문은 2012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돼 국내외 학계로부터 주목받았다.
최정복 기자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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