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중 압수한 희귀 화석
몽골 측 “한국에 장기임대”화답
검찰이 수사 중 압수한 몽골의 희귀 공룡화석 11점을 몽골 정부에 반환했다고 9일 밝혔다. 우리 정부가 불법 반입된 외국 문화재를 원 소유국에 반환하기는 처음이다. 몽골 정부도 이에 화답해 화석을 한국에 장기 임대하기로 하면서 7,000만년 전 백악기시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육식공룡이었던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의 두개골과 갈비뼈를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는 몸길이 10∼12ｍ로,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두개골을 포함해 전신이 완벽한 상태의 화석은 전세계에 15개 남짓에 불과해 희소성은 물론 학술적 가치도 매우 크다. 2012년 미국에서는 100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몽골 고비사막에서만 발견되는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 화석은 오랜 여정을 거쳐 한국 검찰 손에 들어왔다. 몽골 전문 도굴꾼이 사막에서 파낸 이 화석은 중국으로 밀반출됐다. 도굴꾼은 뼈를 여러 박스에 나눠 담은 뒤 '게르'(몽골식 텐트)라며 중국 출입국 당국을 속였다. 이후 화석 반입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한국으로 2014년 5월 들어왔다. 국내 밀반입업자들에게 넘어간 화석은 이 업자들에게 수억 원을 빌려줬던 A씨에게 담보로 잡히는 신세가 됐다. 이듬해 2월 권리 다툼이 일면서 업자들간의 고발전이 벌어졌고, 검찰이 A씨를 조사하던 중 화석의 존재가 드러났다.
검찰은 A씨로부터 화석을 압수하고 몽골 수사기관, 문화재 당국과 함께 화석을 감정했다. 뼈에 붙은 흙을 분석한 결과 고비사막의 지층 성분과 동일했다. A씨는 화석을 돌려달라며 소송했지만 지난해 모두 기각됐고, 검찰은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화석을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몽골 측은 환수와 동시에 화석을 한국에 장기 임대하기로 하면서 양국 문화재 당국은 하반기부터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은 “이번 화석은 현존 화석 중에서도 ‘톱10’ 에 들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 권순철 단장(부장검사)은 “불법 반출이 입증된 화석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수많은 문화재를 강탈당한 우리가 다른 국가에 반환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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