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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튄 세기의 대결… 삼성 대 특검 재판 대공방

입력
2017.04.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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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ㆍ현직 임원들의 첫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이 총 출동해 뜨거운 법리 공방을 벌였다. ‘세기의 재판’이라는 평가답게 지금껏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한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박영수 특검이 직접 나와 공소 취지를 설명했고, 삼성 측도 8명의 변호인이 법정에 나와 무죄를 주장했다.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박 특검은 검사석에서 일어나 이번 사건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박 특검은 “이번 수사로 아직도 정경유착의 고리가 이어져왔음을 확인했다”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국민소득 3만불 시대 경제성장도, 선진국 진입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죽이기’라는 일각의 비판을 겨냥한 듯 “특검이 수사한 것은 삼성이 아니라 총수인 이재용 피고인과 그와 유착해 부패범죄를 저지른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라며 수사의 적법성을 피력했다. 곁에선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7명의 특검 관계자들이 보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경영권 승계 등 특검의 뇌물 논리를 깨는 데 주력했다. 승마ㆍ재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은 대가성이 없고, 승계작업 역시 정상적인 기업활동의 일환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이라는 식의 프레임을 짜고 있지만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전에 지배권을 확보해 별도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오히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올림픽 승마 지원을 요구했다고 (공소장에)적은 후 바로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것처럼 둔갑시키는 등 근거 없이 왜곡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은 정씨 후원 여부 등에 대해 보고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특검은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하며 삼성이 박 전 대통령과 정씨의 관계를 인지하고 승마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서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대통령이 최씨 딸 정유라를 친딸처럼 아낀다’면서 총 300억 원의 승마 훈련 지원을 요청했으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삼성이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까 걱정이 됐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10시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흰 셔츠에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선 법정이 어색한지 방청석과 취재진을 쳐다보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재판 시작 전 직업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함께 기소된 삼성의 전직 임원들이 모두 “무직”이라고 말하자 이 부회장은 이들의 얼굴을 한번씩 번갈아 쳐다보며 착잡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오전 재판이 끝나고 잠시 법정을 나가면서 검사석에 앉아 있는 박 특검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고, 박 특검도 짧게 눈 인사를 건넸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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