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한국도 민간업체가 유전자 검사 허용... 제한적 허용 범위는 확대해야
개인의 유전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유전자 검사라는 말이 소비자들 일상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있다.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직접 의뢰하는 방식을 ‘다이렉트 투 컨슈머(DTC)’라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크리던스 리서치는 2015년 800억원이던 전 세계 DTC 시장 규모가 매년 25.1%가량 증가해 2022년에는 4,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는 아직 시장 규모가 매우 작지만 세계적인 DTC 시장 활성화에 발맞춰 규제가 개선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3앤드미는 최초로 일부 항목에 대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세계 유전체 분석 산업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회사의 행보 이후 국내외 유전체산업도 많은 자극을 받아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속도 경쟁이 시작됐다. 이 회사는 해외구매 방식으로 국내에도 서비스를 유통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턴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항목에 대한 DTC가 허용됐다. 그 전까지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은 경우에 한해 가능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유전자 검사 기업도 혈당, 혈압, 피부노화, 체질량지수 등 12개 항목에 기반한 46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이다. 그러나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11월 기준 유전자 서비스 기업(비의료기관) 94개 중 DTC 서비스 시행 기업은 21개뿐이다. 유전체 분석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막상 기업들이 진입하지 않은 이유는 제한적 허용 범위 때문이다.
해외에선 직접적인 질병 예측 및 약물 처방과 관련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범위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서비스가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곧 다양한 서비스의 연구개발로 이어져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반면 국내 DTC 시장은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협소한 허용 범위가 다양한 서비스 구현에 걸림돌일 수밖에 없어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DTC 시장은 열렸으나 문이 너무 좁아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DTC 규제도 선진국과 동일한 네거티브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다 폭넓은 범위의 DTC 허용을 도출하기 위해선 서비스에 대한 표준화도 마련돼야 한다. 연구결과를 산업화해야 하는 시점에 놓인 기업들이 그간 쏟아부은 노력에 대한 결실을 맺게 해야 한다. 그 결실은 국민들의 건강과 라이프스타일의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은(디앤에이링크 대표)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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