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파진 러시아
트럼프와 밀월 관계 급속 냉각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한 미국의 공습으로 러시아가 여러모로 골치 아파졌다. 미국과 척을 지게 된 데다, 시리아 정부의 반인도적 만행을 계속 옹호하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시리아 정부군 공격에 대해 “주권 국가에 대한 침략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날을 세웠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푸틴은 “이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이라크에서 발생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힐난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는 2013년 시리아 화학무기 보안 협정 이행의 책임을 다하는데 실패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러시아가 공범이거나 단순히 합의를 이행할 능력이 없음을 뜻한다”고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밀월 관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 공습으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는 모양새다. 중동 전문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는 “시리아에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군이 대거 주둔하고 있어 러시아가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보복을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화학무기 참사를 반군의 책임으로 돌리며 시리아 정부를 두둔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러시아가 불리하다. 때문에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해오던 러시아로서는 난감하게 됐다.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 시리아 내전에 참여해왔다. 시리아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있는 러시아 해군기지는 지중해 진출 통로 역할을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에게 시리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화학무기 공격으로 아사드 정권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러시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 정권이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인다면 버팀목 역할을 했던 이란에도 영향이 미치는 등 중동 정세가 오리무중 속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ㆍ러 양국은 7일 시리아 휴전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협상에 돌입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23개국 연합체인 ‘국제시리아지원그룹(ISSG)’의 휴전 회의가 러시아의 요청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데 미스투라 특사는 러시아의 요청에 미국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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