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빠른 대응으로 기습 극대화
오바마 정부와 대비 효과도”

“아사드는 끔찍한 일을 했다. 뭔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틀 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지역에서 일어난 화학무기 살포 공격에 대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겨냥한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아침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였다. 그리고 불과 한나절이 지난 오후 8시 45분쯤(시리아 시간 7일 오전 3시 45분), 시리아 중서부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에 59기에 달하는 미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발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필수 안보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례적이고도 전격적인 군사행동이 나온 배경에 대한 각종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미 정부는 공습에 앞서 몇 차례 군사행동으로 기운 듯한 예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태 다음날인 5일 “시리아는 이제 완전히 내 책임”이라고 강경 선언하면서도 미국의 대(對)시리아 정책이 바뀔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선 두고 보자”는 자세였다. 하지만 같은날 오전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미 대사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얼마나 더 많은 어린이가 죽어야 신경을 쓰겠냐”며 시리아 진상조사 결의안에 반대하는 러시아를 구석에 몰았다. 유엔이 단합하지 않을 경우 독자 행동을 불사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어 단 하루만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팜비치에서 “아사드가 한 행동을 볼 때 더이상 시리아 국민을 다스리는 데 있어 그가 수행할 역할은 없어 보인다”며 정권 축출 필요성을 제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나오기 전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공습 방식을 추리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군 보좌진은 3가지 대응 옵션을 제시했고, 트럼프는 이중 두 가지 방안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최종 결정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장소인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내려졌다. 매티스 국방장관, 틸러슨 국무장관 등과 동행한 마라라고에서 시 주석과 만찬 직전 “가능한 한 제한된 목표”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최종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시 버튼을 누름에 따라 공습도 삽시간에 이뤄졌다. 지중해 동부 해상에 있는 2척의 미 군함은 화학무기 공격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진 홈스주 알샤라이트 공군기지를 향해 3~4분간 시속 880㎞로 날아가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부었다. 2015년 영국 더타임스가 알샤이라트 기지를 ‘러시아의 제2 공군기지’로 소개한 바 있으나, 현재 상황은 미지수다.
시리아 정부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시리아 군 대변인은 7일 미군의 공습으로 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칸셰이쿤 주민들에 비하면 피해는 극히 미미하다. 4일 반군 장악지역 이들리브주 칸셰이쿤에서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가 살포되면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85명이 사망했으며, 살아남은 이들은 호흡 곤란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결정에 즉각 버락 오바마 전임 정권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2013년에도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해 국제사회의 비난에 휩싸였으나 오바마 정권은 시리아가 화학무기 전량 폐기를 약속하자 군사 개입을 자제했다. NYT는 이에 “트럼프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재빠르게 시리아 사태에 반응해 기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군사 행동에 체계성ㆍ정밀성을 중요시했던 전임 정권과 확실한 대비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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