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세타2 엔진(GDI)을 장착한 국내 5개 차종 17만여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결함 제품 회수 교환 조치)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7일 현대ㆍ기아차가 그랜저(HG) 쏘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1,348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으로, 그랜저가 11만2,670대, 쏘나타가 6,092대, K7이 3만4,153대, K5가 1만3,032대, 스포티지가 5,401대다.
리콜 이유는 엔진 내부 크랭크 샤프트의 오일 공급 홀에서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오일 공급 홀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의 소착현상(마찰열로 인해 접촉면이 달라붙는 현상)이 일어나 주행 중 차의 시동이 꺼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리콜은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국토부는 현대ㆍ기아차 일부 모델에서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한다는 소비자 신고가 이어지자 그 동안 조사를 벌여 왔다. 국토부는 제작 결함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뒤늦은 국토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적잖다. 현대차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을 장착한 2011∼2012년식 쏘나타(YF) 47만대를 리콜했다. 2013∼2014년식은 보증 수리 기간을 연장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이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주장했지만 현대차는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공정 청정도 관리 문제로 발생한 사안인 만큼 국내 차량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엔 현대차가 결함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부 주장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한 것은 사건이 불거진 지 한참 뒤인 지난해 10월이었다.
현대ㆍ기아차는 2015년 미국 리콜 차량과 이번 국내 리콜 차량은 결함 부분이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5년 미국 리콜은 세척 불량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이번 국내 리콜은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생겨 일어난 것”이라며 “작년부터 조사에 들어가 최근 결함을 인지했고 이에 따라 즉각 리콜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리콜은 새 엔진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 엔진 수급 상황, 리콜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다음달 22일부터 시작된다.
국내뿐 아니라 현대ㆍ기아차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세타2 엔진 결함을 이유로 리콜을 실시한다. 미국에서는 쏘나타(YFa), 싼타페(AN), K5(QFㆍ현지명 옵티마), 쏘렌토(XMa),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19만160대에 대해 리콜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서는 총 11만여대의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북미 지역의 리콜 물량까지 합치면 국내외 전체 리콜 물량은 147만여대로 예상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리콜은 크랭크 샤프트 부품의 표면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은 게 원인이 됐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서는 엔진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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