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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봄꽃 식별법

입력
2017.04.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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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최근 서울 궁궐의 봄꽃 피는 시기를 발표했다. 경복궁 경회루의 명물 능수벚나무는 18일쯤까지 꽃을 틔운다. 창경궁 경춘전 주변 앵두나무는 이달 말까지 만개하고, 덕수궁 석조전 뒤 산철쭉은 5월 중순까지 분홍 자태를 뽐낸다. 국회의사당 뒤 여의도 벚꽃은 올해는 개화가 늦어 지금 피기 시작했다. 지구상에는 약 40만 종의 꽃이 있다고 한다. 워낙 수가 많은 데다 봄에는 특히 다투어 피다 보니 헷갈리는 꽃들도 많다.

▦ 2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는 영춘화는 개나리꽃과 흡사하다. 길 가다가 “벌써 개나리” 할 때는 대개 영춘화를 잘못 안 것이다. 이름 그대로 봄을 가장 먼저 맞는 영춘화는 꽃잎이 6장으로 개나리보다 두 장 많다. 흔한 건 개나리꽃이지만 귀하기는 옛날 과거 급제 때 화관에 꽂은 영춘화 쪽이다. 매화, 살구꽃, 벚꽃도 비슷비슷하지만 매화는 꽃받침이 꽃 뒤에 딱 붙어 있고 살구꽃은 젖혀진 모양이다. 꽃술도 매화가 더 길다. 벚꽃은 꽃자루가 길어서 좀 더 구별이 쉽다.

▦ 산수유와 생강나무도 꽃이 헷갈린다. 꽃자루가 길다 싶으면 산수유다. 꽃잎은 산수유가 4장, 생강나무는 6장이다. 나무 줄기 겉모양으로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산수유는 껍질이 갈라지고 벗겨졌지만 생강나무는 매끈하다. 늦가을 열매는 산수유 빨강, 생강나무 검정이라 딱 구별이 된다. 진달래꽃과 철쭉꽃도 닮았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진달래가 한 달가량 개화 시기가 앞선다. 꽃 가운데 갈색 반점이 보이면 철쭉이다. 진달래는 화전을 부치거나 두견주를 담아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그라야노톡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어 먹었다가는 구토, 어지럼증 등 중독 증세를 보인다.

▦ 도종환의 시 ‘이른 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아무도 들꽃들이 겨우내 비겁하였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도 있는 힘을 다해 싸웠다/ 나 같은 사람도 앞장서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았다 우리들은/ 힘은 없지만 비겁하지 않으려 했다/ 아직도 크게 달라진 것 없어/ 마음 허전하기 이를 데 없지만”. 물 오른 대선 레이스에 비슷한 꽃들이 많다. 봄꽃은 헷갈려도 그만이지만 대선 주자를 착각했다가는 이만저만 큰 일이 아니다. 얼른 봐선 잘 보이지 않는 꽃잎 뒤 꽃받침 모양까지 잘 살피는 수밖에 없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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