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보고서 발표 일주일 앞
정부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낮아”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나라의 올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지난해 대비 무려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대한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대비해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3월 대미 수입은 120억9,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8.8%(19억1,100만달러) 급증했다. 이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43억6,000만달러를 기록, 34.2%(22억6,800만달러)나 격감했다. 특히 올해 1~2월 대미 교역에서 수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수입에서는 품목 별로 액화석유가스(LPG) 213.2%, 유연탄 171.7%, 자동차 부품 25.6%, 항공기 부품 16.9% 등의 순으로 크게 늘었다. 대미 흑자규모의 이례적 감소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올 들어 정부가 의도적으로 대미 수입을 대폭 늘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단 수장인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을 만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 등 원자재와 부품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에 수입이 크게 증가한 LPG의 경우 미국산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로 산업부는 중동에서 전량 들여오던 물량을 최근 미국에 상당 부분 할애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의회에 내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데 요건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외환시장의 GDP 대비 달러 순매수액 2% 초과 등 세 가지다. 조빛나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수지 200억달러 초과와 경상수지 흑자 등의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줄어들었고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에서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가 오는 15일쯤 발표할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내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받게 되면 극심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총 무역적자 규모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큰 실익을 거둘 것이 없어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 미사일 발사와 북핵 문제 등으로 어느 때보다 한미 공조가 절실하고 국내 대선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불필요한 반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조치는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반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는 6,7일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은 미국 총 무역적자의 47%나 차지하는데다, 위안화 가치는 2015년 하반기 이후 11% 이상 절하돼 중국으로선 위안화 강세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중국이 받을 상처는 작은 만큼 미중 무역전쟁으로보다는 상징적인 1차 경고조치 정도로 그칠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오는 10월 발표될 미 재무부의 하반기 환율보고서에 한국과 대만 등이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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