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 강의형ㆍ신체놀이 체험형
서울시 아빠교실에 3000명 몰려
“아이와 스킨십이 애착형성 도움”
자식 키울 때와 다른 즐거움 있다”
손주 돌보는 조부모 교육도 인기
“너는 아빠가 뭐라고 생각하니?” “그냥 아빠 생각을 안 해.”
6일 낮 12시 서울 중구 육아종합지원센터 4층 교육실에서 열린 ‘아이조아 아빠교실’ 현장. 이 같은 딸과 아빠의 대화 동영상이 스크린에서 나오자 폭소가 터졌다. 이날 ‘직장인 아빠, 아이와 함께 시간 보내기’를 주제로 강의에 나선 안성진씨는 “우리 아이가 크고 나서 저런 얘기를 안 할 거라고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두 자녀를 둔 아빠이자 평범한 직장인으로 육아서 ‘하루 10분 아빠 육아’를 쓴 그는 육아 선배로 이 자리에 섰다. 평일 점심시간이었지만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아빠들로 교육실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빠와 자녀 교감은 우리나라가 전세계 꼴찌 수준이에요.” 안씨는 우리나라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들이밀었다. 하루 6분이면 아이가 20세까지 아빠와 보내는 시간은 총 30일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그는 “아빠와 놀아본 적도 없는데다 일하느라 시간도 없는 직장인 아빠들에게 육아는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아이들과 노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육아는 ‘양보다 질’이라는 것. 하루 10분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해 놀아주면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안씨는 “잠깐이라도 아이의 기분과 행동에만 온전히 집중해 놀아주는 게 중요하다”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TV를 같이 보고 아이와 놀아줬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면서 놀면 아이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엄마가 ‘독박육아’를 하거나 아이를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게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아빠와 조부모 육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94회 실시한 아빠교실에는 2,973명이 몰렸다. 전문가에게 육아정보를 배우는 강의형,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신체놀이 중심의 체험형 강의로 참가자 만족도가 98.9%일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서울시와 가천대, 삼성생명,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함께 운영하는 조부모교육에도 지난해 1,18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평균 연령 61.5세로 대부분 만 1~7세 손주를 돌보고 있었다. 대부분 할머니였지만 할아버지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지난 4일 중랑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조부모 교육에 참여한 조필원(71)씨는 “딸 부부가 출근한 낮 시간에 60개월 외손녀를 돌보는데 항상 부족한 것 같아 배우려고 왔다”며 “힘도 들지만 내 딸을 키울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빠 교실을 수강한 공무원 전경배(32)씨는 “처음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며 “아이를 위해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끄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아빠 교실 수업을 듣는다는 백승훈(35)씨는 “11개월 아들이 울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해결할 까만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안아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빠가 해야 될 역할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빠교실과 조부모교육 신청은 각각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seoul.childcare.go.kr)와 세살마을 홈페이지(sesalmaul.com)에서 하면 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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