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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대 선 유진룡, 김기춘 면전에서 날선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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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대 선 유진룡, 김기춘 면전에서 날선 폭로

입력
2017.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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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첫 재판

장관 면직 이유 질문 받자

“김기춘 피고인에 물어봐라

자를 때까지 기다려야지

감히 사퇴한다 괘씸해 해”

박근혜, 김기춘 전횡 사실상 묵인 증언도

김기춘 측, 특검 공소사실 전부 부인

조윤선 “깊은 오해 쌓인 것 같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 작성을 폭로한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의혹 당사자인 김기춘(7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같은 날 법정에 섰다. 한 때 정부 최고 실세였던 김 전 실장을 유 전 장관은 ‘피고인’이라고 칭하며 날 선 폭로를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6일 열린 김 전 실장, 조윤선(51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소영(50)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관련 첫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박영수 특별검사 측이 “장관에서 면직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기춘 피고인에게 여쭤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라고 답한 뒤 김 전 실장 쪽을 물끄러미 쳐다 봤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직후 코미디언 쟈니 윤씨를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김 전 실장과 갈등을 빚은 뒤 다음 개각 때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자를 때까지 기다려야지 감히 스스로 나간다고 하느냐’며 김 전 실장이 자신을 괘씸해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문화ㆍ예술계에 대한 김 전 실장의 전횡을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보였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전 박 전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독대해 김 전 실장의 문체부 인사 개입과 일부 예술단체 지원금 배제 등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대가 끝날 때 박 전 대통령이 단호한 말투로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을 겁니다”라며 김 전 실장의 행동을 변호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이 다 알고 있었구나. 김 전 실장이 호가호위하는 것은 아니었구나. 정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없구나 확신했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으로 법리에 밝은 김 전 실장은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했다. 수의 대신 회색 니트에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고 재판에 나온 그는 발언 기회를 얻어 “노구를 이끌고 봉사를 하러 (청와대에) 들어갔다”라며 “내가 인사를 했다는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은 이름도 모르고 직접 보고 받은 일이 없어 일을 잘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흰 머리가 많아져 노쇠한 모습이었지만 꼿꼿한 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재차 발언 기회를 얻어 자신의 지시 사항이 적혔다는 ‘김영한 비망록’이 신빙성이 없다고 10여 분 동안 강변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라고도 불렸던 조 전 장관은 화장을 하지 않고 안경도 쓰지 않은 채 수척한 모습으로 법정에 등장했다. 오전에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오후 재판에서는 유 전 장관의 증언 내용을 유심히 듣고 변호인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발언권을 얻어 “지금까지 저에 대해 깊은 오해가 쌓여 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재판에서 제가 겪은 모든 일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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