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는 외부 공기에 직접 노출되면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균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식 조건이 아주 까다롭다. 게다가 폐 이식을 받으려면 현행 장기이식법에서 뇌사자에게서만 폐를 얻을 수 있어 수술 자체에 제한이 많다. 심지어 뇌사자에게서 폐를 기증받아도 이식 가능하지 못한 상태가 많다.
2000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7년 동안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폐 이식술은 407건(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통계)에 불과한 까닭이다. 지난해에는 폐 이식은 89건이었지만, 콩팥이식은 2,233건, 간이식은 1,469건, 심장이식 156건이 시행됐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은 백효채ㆍ이진구 흉부외과 교수, 박무석ㆍ김송이ㆍ송주한 호흡기내과 교수, 정수진 감염내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폐 이식팀이 지난 2월 말 국내 최초로 폐 이식술 200건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폐 이식 환자 2명 중 1명이 이곳에서 시술은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폐 이식팀은 지난 2월 말 간질성 폐질환으로 고농도 산소치료로 연명하던 63세 여성 환자에게 200번째 폐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당시 수술은 5시간 만에 끝났으며 수술 나흘 뒤에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스스로 호흡까지 할 수 있었다.
백 교수는 "흔치 않은 폐 이식술을 200건 넘게 시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며 “수많은 의료진이 긴박함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걸어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일본처럼 폐도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직접 공여 받는 생체이식을 시행하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행법으로 제한되고 있는 심장정지 환자의 폐 적출과 이식이 가능하다면 폐 이식술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996년 당시 영동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첫 폐 이식술 성공 후 매년 1~2차례 꾸준히 폐이식술을 시행하면서 경험을 쌓아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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