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장기’ 오가노이드 개발 목표
신약 개발ㆍ장기 이식 등에 사용
10일 바이오융합연구소 개소
“빅데이터와 접목 시너지 효과”
“인터넷 상거래를 처음 도입했던 것처럼 생명과학(바이오) 신기술을 이용해 아무도 해보지 않은 비즈니스를 만들겠다.”
국내 첫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를 만든 이기형(54) 회장이 자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낙점했다. 의료 혁신을 가져올 최신 바이오 기술로 꼽히는 ‘오가노이드(Organoid)’를 통해 새로운 의료 서비스를 창출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 회장은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가노이드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부설연구소인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바이오융합연구소는 오는 10일 서울 봉천동 국제백신연구소(IVI) 건물 3층에 문을 연다. 이곳에서 연구원 30여명이 여러 대학ㆍ연구기관과 협업하며 인터파크의 미래를 열 바이오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간이나 위, 뇌 같은 사람 장기와 비슷한 3차원 구조체로 만든 ‘미니 장기’다.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는 이식용으로 쓰일 수 있어 국내외 바이오업계의 ‘핫이슈’로 자리잡았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출신인 이 회장은 폭넓은 과학계 인맥을 통해 오가노이드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 2015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카오스재단을 통해 다양한 분야 과학자들을 초청해 대중과학강연을 진행해온 것도 바이오 진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 회장은 “미래 사업을 고민하던 중 알게 된 오가노이드 시장의 무궁한 성장 가능성에 푹 빠지게 됐다”며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초기 단계라 우리가 지금 시작해도 앞서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바이오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오가노이드 관련 시장이 “신약 후보물질 탐색이나 질병 초기 진단의 수단으로 먼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많은 화학물질 중 신약으로 개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 골라내는 데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또 특정 질병에 걸렸는지를 오류 없이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하려면 단순 세포나 동물 실험만으론 역부족이다. 오가노이드가 이런 한계를 해결하는 수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실제 생명현상과 최대한 유사한 오가노이드를 구현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국내외 과학계에 치열하다.
이 회장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바이오와 의료 신기술 업무를 했던 바이러스 전문가 홍기종 박사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해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연구소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개소 초기에는 “연구소의 경쟁력과 신뢰도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이후 화학반응을 실험실 규모가 아닌 손 안의 작은 칩에서 확인할 수 있는 ‘랩온어칩’ 기술에 오가노이드를 접목시킬 계획이다. “오가노이드 기술도 결국 칩 형태로 응용되지 않겠냐”는 이 회장의 예측에 기반한 것이다.
인터파크는 온라인 유통망으로 다양한 빅데이터를 확보했다. 자회사 아이마켓코리아를 통해 의약품이나 의약재료 유통 시장에도 이미 진출해 있다. 이 회장은 “빅데이터와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에 투자하고, 병원들과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 공룡과 첨단 바이오 기술의 만남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인터넷 상거래도 처음엔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였다”며 “빅데이터와 바이오의 접목이 인터파크를 다음 단계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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