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습자 9명 모두 찾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세월호 노란 리본
"재근아 혁규야, 오랜 시간 차가운 맹골수도에서 고생 많았지. 조금만 기다려. 얼른 (시신을) 다 찾아서 장례 치러 줄게."
3년의 기다림 끝에 동생, 조카와의 만남을 앞둔 실종자 가족 권오복(62)씨는 5일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며 “실종자 9명 모두 저 안에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앉아 “그 동안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힘든 하루가 계속됐지만, 가슴팍에 달린 노란 리본을 보며 버티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두 접안에 성공했지만 선체 육상 이송과 수색작업 등 그리던 가족을 찾기까지 남은 과정은 순탄치 않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갈수록 더 까맣게 타 들어가는 까닭이다. 이들을 위로하려는 듯 부두 주변은 온통 노란 리본의 물결이다. 실종자 전원 수습을 소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노란 리본에 실려 하염없이 나부낀다.
무사귀환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은 세월호 참사 직후 전국을 뒤덮었다. 국민적 기대와 희망에도 불구하고 결국 돌아온 것은 295명의 차가운 시신과 끝내 찾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의 명단. 떡갈나무에 잔뜩 매달린 노란 리본의 ‘해피엔딩’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걸까, 노란 리본은 이제 미수습자 귀환과 진실 규명을 원하는 의지의 상징으로 우리 가슴에 꽂혀 있다.
돌이켜 보면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뚤어진 정권과 그 하수인들의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노란 리본은 하루도 빠짐없이 휘날렸다. 노란 리본으로 열쇠고리와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어 간직했고, 손톱을 장식하거나 문신으로 새겨 ‘그날을 잊지 않겠다’ 다짐했다. 커피나 음식을 리본 모양으로 꾸미거나 하늘에 나타난 리본 구름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는 일도 일상이 됐다.
“기억하겠습니다” 노란 리본
열쇠고리ㆍ문신ㆍ배지 등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나부낀다
5일 현재 사진기반 SNS ‘인스타그램’에는 ‘노란리본’을 해시태그(#)한 게시물만 약 4만 건에 달한다. 그 중 세월호 희생자 수만큼인 304장을 배열해 전원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을 꾸몄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의 자리는 비워 두었다. 해수부는 6일 모듈 트랜스포터 시운전을 거쳐 세월호 선체의 육상 이송을 시도할 계획이다. 실종자 수색 작업까지 순조롭게 이루어져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돌아올 수 있기를 수많은 노란 리본의 뜻을 모아 기원한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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