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플러스 ‘캐리돌 뉴스’
국정농단사태 인물들과 판박이
“정말 웃기다” 온라인서 입소문
청기와집 전 세입자 GH가 ‘의왕대학원’에 수감된 순siri와 기춘대원군, 이 부회장, 차 감독과 화상 연결을 통해 퀴즈 대결을 펼친다. “청기와집 들어갈 때부터 내가 키운 것, 내 말을 잘 듣고 살랑살랑 꼬리치던 것?” 번뜩이는 답변들이 쏟아진다. “극우집회” “우병우” “언론 부역자” “부패기득권” 오답 아닌 오답들에 잔뜩 화난 GH에게 순siri가 결정타를 날린다. “대립과 갈등, 분열과 혼란, 논란의 불씨도 키웠잖아. 정권 버팀목으로.”
케이블채널 SBS플러스에서 최근 방영 중인 코미디프로그램 ‘캐리돌 뉴스’의 한 장면이다. 유명 인사들과 똑같이 만들어진 입체 인형들이 ‘4면 퀴즈’ 코너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돗개 유기 논란에 빗대 국정농단사태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지난달 15일 첫 방영된 ‘캐리돌 뉴스’는 3회까지 온라인 동영상 누적 조회수 400만건에 육박하며 빠르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약 빨고 만든 프로그램” “정말 웃기다”며 입소문이 자자하다.
캐리돌은 캐리커처(Caricature)와 인형(Doll)의 합성어로, 시사주간지 시사IN에 ‘캐리돌 만평’을 연재하고 있는 양한모 선임기자의 작품이다. 10여년 동안 MBC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활약했고 최근엔 TBS 라디오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를 맡고 있는 시사 풍자 베테랑 박찬혁 작가가 작가진을 이끌고 있다. 성대모사의 달인 배칠수, 전영미, 정성호, 안윤상과 전문 성우 김일, 최정호 등은 목소리 연기로 캐리돌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영상보기 ☞ 캐리돌 뉴스 ‘4면 퀴즈’,
콩트 속 캐리돌은 실제 인물과 판박이다. ‘4면 퀴즈’의 기춘대원군은 모든 퀴즈에 “모릅니다”로 일관하고, 순siri와 이 부회장의 대화엔 ‘말(馬)’이 빠지지 않는다. ‘밤참뉴스’의 MB와 GH는 ‘여성들이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가방’이라는 리포트를 전하면서 “선친께서 물려주신 귀한 백(가방) 아빠빽”을 소개한다. 밤참 메뉴로 라면 대신 “파면”은 어떠냐며 “내가 먹어봐서 아는데 쓰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허깨비’ 코너에서 GH는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지고, 아저씨(도깨비)는 내 앞에 나타나게 돼 있다”며 자신이 지은탁이라 주장한다.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에 속이 뚫리고, 익살맞은 해학에 포복절도하게 된다.
제작진은 날마다 “신문을 뜯어먹다시피”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시의성이 중요하다 보니 1회 녹화 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돼 추가 촬영도 했다. 전영미는 ‘4면 퀴즈’ 속 GH의 대사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답은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를 휴대폰으로 녹음해 보냈다. 전영미는 GH와 순siri를 오간다. 순siri 목소리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최순실 녹취록처럼 연출했다. MB 목소리의 경우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 배칠수에게 맡겨졌다.
‘캐리돌 뉴스’에는 황교안, 유시민, 전원책, 김제동, 김상중, 김성준 등 수많은 캐리돌이 출연했다. 하지만 최근 가장 ‘핫한’ 대선주자들은 선거방송법 때문에 나오지 못한다. 연출자 이준호 PD는 “인형도 방송 출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이에 대한 선례가 없어 아직은 대선주자 캐리돌을 출연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간혹 ‘괜찮겠냐’며 안위를 걱정하는 지인들의 연락을 받기도 한다”고 웃으며 “다양한 주제로 건전한 풍자와 해학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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