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수비수 박윤정(25ㆍ미국명 마리사 브랜트)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친부모 찾기에 나섰다.
1992년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박윤정은 미국 아이스하키의 본고장 미네소타에서 자연스럽게 스틱을 잡았다. 그리고 미네소타 출신의 대표팀 골리(골키퍼) 코치 레베카 룩제거의 소개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을 알기도 전에 미국으로 떠났다가 조국 대표팀으로 뛰고 있는 박윤정은 지난 2일 강릉에서 개막한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대회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대표팀 소속으로 연습 경기는 뛰어봤지만 공식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라 흥분된다”며 “부모님 나라에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특별하다”고 말했다.
박윤정은 북미 여자 아이스하키 2부리그에 속한 구스타부스 아돌프스대학에서 4년 내내 선수로 뛰었다. 어린 나이에 입양된 탓에 ‘한국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안 했었지만 2015년 한국의 아이스하키 캠프를 방문하고 나서 생각이 뒤바뀌었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회복한 그는 이제 영어 이름 대신 ‘박윤정’이라는 이름을 등에 달고 당당하게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빙판을 누비고 있다. 가장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순간은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출전이다. 박윤정은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올림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바라는 것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한국인 부모님 찾기다. 박윤정은 “한국에 왔을 때 부모님을 찾기 위해 시도해봤는데, 어머니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며 “정말로 만나고 싶지만 엄마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면 부모님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라고 희망을 걸었다.
지난해 6월 결혼한 그는 남편을 미국에 두고 한국에 왔다. 박윤정은 “남편이 항상 내가 하는 일을 응원해준다”며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웃었다. 이어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는 언어 장벽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고 몇 가지 한국말도 알려준다”면서 “나는 대표팀 모든 선수를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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