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합니다. 어디서든, 언제든.” 생태,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어판의 3월호에는 가수 겸 뮤지컬배우 옥주현의 사진이 크게 실렸다. 사진 하단에는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남자 주인공 로버트 킨케이드가 쓴 편지 중 일부가 영문으로 짤막하게 적혀 있었다. 그 외엔 아무 정보도 없던 이 사진은 이달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광고였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1960년대 미국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로즈먼 다리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다. 다리 촬영을 위해 매디슨 카운티를 찾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로버트와 남편, 두 자녀와 그곳에서 살고 있는 프란체스카가 나흘 동안 나눈 애절한 사연을 그린다. 미국 소설가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 발표한 동명 원작 장편소설은 전세계 40개 국어로 번역돼 1,200만부 이상 팔렸다. 1995년 할리우드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주연을 겸하고 배우 메릴 스트립이 함께 출연한 동명 영화로 널리 알려졌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국내 제작은 지난해 창립한 신생 뮤지컬 회사가 맡았다. 국내 유명 홍보대행사 프레인글로벌과 공연기획사 쇼노트가 의기투합해 내놓는 첫 작품이다. 원작 뮤지컬은 2014년 미국에서 초연돼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상에서 최우수 작곡상과 편곡상을 받았다. 작품성이 보장된데다 공연기획사의 제작 관리와 홍보대행사의 마케팅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공연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프레인 관계자는 5일 “기존 공연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마케팅 방법을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정보를 최소화한 리플릿이 대표적인 예다. 소설 속에서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실었다. 작품설명집에는 연도별, 날짜별로 중요 사건을 분류했다.
프레인은 “나흘 동안의 운명적인 사랑이 강조되긴 하지만 여주인공 프란체스카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편지는 나흘 간의 짧은 만남 이후 다시는 만나지 못했던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리플릿에는 주연 배우인 박은태(로버트), 옥주현(프란체스카)의 사진을 크게 넣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이벤트에서 50명의 관객에게는 멜로디카드를 보냈다. 뮤지컬에서 프란체스카가 처음 등장하며 부르는 넘버 ‘투 뷜드 어 홈’(To build a home)의 전주 부분이 들려오는 카드에도 로버트의 편지 내용이 적혀있다.
영화 ‘밀정’의 김지운 감독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데뷔 후 첫 뮤직비디오 촬영에 나서기도 했다. 다양한 방식의 홍보물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극장으로 발걸음을 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홍보회사인 프레인이 뮤지컬을 직접 제작하게 된 이유는 다른 회사가 아닌 자신들의 콘텐츠를 직접 홍보할 때 느끼는 보람을 위해서였다고도 한다.
마케팅에만 너무 힘을 쏟고 있는 건 아닐까?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작사ㆍ작곡을 맡은 넘버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평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김태형 연출가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서 보여줬던 클로즈업 등은 대극장에선 불가능하지만 훨씬 더 과감한 무대 언어를 통해 관객들은 프란체스카의 선택을 응원하거나 가슴 아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부터 6월 18일까지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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