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인 관광객 56% 감소
내국인 10% 늘면서 빈자리 채워
관광업계도 발 빠르게 변화 적응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에 따른 한국관광 중단 조치 이후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채우면서 제주관광에 미치는 ‘사드’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이뤄진 지난달 한달간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112만45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5만9,193명보다 3.3%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10만7,7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만8,611명)보다 56.4%나 줄었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7만7,2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9,952명과 비교해 61.4%나 감소했다. 또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중단 조치가 이뤄진 지난달 16일 이후 31일까지 제주 방문 중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5.3%나 급감하는 등 사드 보복이 현실화됐다.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제주와 중국 주요 도시를 잇는 14개 노선 120여편이 10월28일까지 운항을 중단하는 등 직항노선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 바닷길 역시 지난달 15일 제주항에 도착한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 이후 지난 4일 현재까지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입항 횟수는 전무하다. 다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줄었지만 ‘싼커’로 불리는 개별 관광객은 중국 정부의 대응과 상관없이 꾸준히 제주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지만, 그 빈 자리에 내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내국인 관광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달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01만2,7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2만582명에 비해 10% 늘었다.
제주관광 업계도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던 제주시중앙지하상가에는 상점들마다 내걸었던 중국어 간판 등 홍보물 대신 ‘혼저옵서예’라고 적힌 제주어 현수막을 부착하는 등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직격탄을 맞았던 전세버스 업계도 내국인 단체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에 힘입어 50%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고, 관광호텔 등 숙박업계들도 가격 할인 등을 통해 내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도 침체된 외국인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 다변화에 나섰고 있다. 도는 4월 5일부터 6월 14일까지 제주와 필리핀 마닐라 직항전세기 취항을 계기로 필리핀 관광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며, 최근 제주 방문이 늘어난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X와 제주-말레이시아 직항노선 취항을 협의하고 있다.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사드 여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대부분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여행사, 숙박업소, 중국인 관광안내사 등으로, 오히려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발등을 찍은 셈”이라며 “이번 기회에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변화에 나서면 제주관광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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